[데스크라인]정치인 입각은 사회부처로

또 개각이다. 총선이 끝나고 예정됐던 일이다. 덕분에 공직사회 흔들림은 벌써 시작됐다. 청와대도 이를 알고 있는 듯 일정을 앞당긴단다. 물러가는 고건총리의 제청으로라도 단행한다는 소식이다. 이제 화제는 단연 하마평이다. 이번 개각은 예전과 다르다. 대상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면 때문이다. 정권의 2, 3인자인 여당의장, 원내대표 출신이 나란히 입각한다고 한다.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언론은 “행정부 경험을 통해 대권수업을 쌓으라는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안정된 정권운영 차원에서 단행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이다.

 사실이라면 토를 달 일이다. 물론 뚜껑을 열고 난 후 청와대 해명은 다를 수 있다. ‘개혁성과 도덕성, 전문성을 고려한 발탁’이라는 ‘정답’이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 언제부터 이 나라의 장관 자리가 경력관리용으로 ‘전락’했는 지 도무지 궁금하다. 아무리 부인한다 해도 저간의 사정은 오해 사기 십상이다.

 백번 양보해서 인정할 수 있다. 어차피 나라의 지도자가 될 바에야 행정부 경험은 좋은 밑바탕이다. 국민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다져진 실력과 파워가 있다. 행정부의 개혁 돌파 선봉장 가능성도 높다. 국민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행정도 기대된다. 관료에 비해 정치인은 훨씬 현실적이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입각 대상자의 위상이나 선호를 고려한 개각은 ‘흥정 냄새’가 짙다. 사람을 먼저 찍고 자리를 고려할 성격이 있다. 반대로 자리를 정하고 이에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수순을 밟아야 하는 인사도 있다. 내각 개편은 후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미 ’인재풀’은 갖추었으니 각 자리의 특성을 고려, 적합한 인물을 가리면 된다.

 전공을 따지자면 정치인은 사회부처 쪽이다. 정치는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는 과정이다. 이곳에서 능력을 발휘했다면 행정에서도 통할 것이다. 사회부처야말로 갈등을 제어하고 조정하는 행정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 입각은 사회부처가 적당하다. 정치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다. 그래야 나라와 개인 모두에게 윈윈 가능성을 던져준다.

 경제부처는 다르다. 특히 IT 관련부처는 더하다. 고도의 전문성과 검증된 경륜이 필수다. 비 전문가가 제너럴한 시각으로 덥썩 맡을 자리는 아니다. 갈등 조정보다는 정교한 산업전략과 시장 친화적 정책이 중시된다. 오죽하면 대통령도 경제에 관한 한 각료들에 일정 수준의 권한을 위임한다.

 예컨대 정보통신부(한때 정동영 씨 입각설로 들썩였다)를 보자. 정통 관료도 아닌 채 이공계 혹은 기업 경험도 없는 장관이라면 용어 습득에 시간 다 보낼 것이다. 기술전쟁의 꼭대기에 있는 IT를 제대로 다루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아무래도 전문성이 우선 강조되는 자리다. 장관이 학습하는 자리는 아니다. 매일매일 민생의 최일선을 책임지고 있다.

 얼마 전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취임 회견은 매우 시사적이다. 모든 현안에 거침 없는 답변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경제만은 접근자세가 달랐다. “경제정책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여기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만약 IT관련 질문이었더라도 대답은 같았을 것이다. 진중하고 ‘정확한’ 정치인이다.

 IT부처에 정치인 입각은 삼가는 것이 좋다. 개혁성과 조직 장악력만으로 해결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은 우리 사회 모두의 ‘제자리 찾기’가 시작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