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한 과학공학잡지인 MIT 테크놀러지리뷰가 최근 ‘2004 TR(Technology Review) 특허순위’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전자분야 6위를 기록하며 10위권 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하이닉스, LG전자, KT,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다.
특허 선진국이라고 자부해온 우리나라의 기업이 10위권 안에 삼성전자밖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2003년 미국내 외국인 특허출원 순위 4위를 기록하며 지난 2002년 6위에서 2계단 상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점에 들떠 있던 우리로서는 참으로 서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04 TR 특허순위’가 △미국 특허 건수 △보유 특허가 해당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 △사이언스·네이처 등 세계 주요 과학 잡지 인용도 △특허의 실질효과 수명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계량화해 기술력을 분석한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더욱 긴장되는 부분이다.
이 결과는 우리 기업들이 R&D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지만 결과적으로 원천기술에 비교적 소홀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보유 특허가 해당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주요 과학잡지 인용도, 특허의 실질효과 수명기간 등에서 원천기술이 갖는 가치는 실로 매우 큰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자주 등장하는 외국 경쟁사와의 특허분쟁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과 상용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 간 공통기술 분야에서의 특허분쟁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업들이 특허분쟁으로 연관된 소송건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이는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휴대폰, 반도체, LCD, IT분야 등에 집중되고 있다. 경쟁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딴지걸기식의 악의적인 소송은 물론, 시장확대를 기다린 후에 원천기술 침해소송을 제기하는 이른바 기회포착형 특허소송 또한 새롭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여 우리 대기업들이 특허전담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동시에 고도의 특허전략을 수립하고, 특허관련 분쟁의 소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다각적인 활동을 취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독자적인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이를 보호,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재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보다 앞선 기술 개발과 강하고 포괄적인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한 특허전략에서의 질적 개선이 무엇보다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특허전략의 첫 시발점은 연구개발 기획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로 특허정보의 검색이다. 선행기술에 대한 철저한 사전조사와 함께 연구개발 기술의 특허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독자적인 특허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이다.
특허정보는 기업의 R&D 투자전략 수립 등을 위한 경영정보로 활용할 수 있으며, 기술예측 및 사업기획 단계 등에서 특허정보의 이용을 통한 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특허정보를 가공한 특허통계를 바탕으로 기술개발 및 관련 분야 기술연구의 동향을 지표화하고 관련분야와의 상관연구를 위한 다양한 기초통계로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문제점의 조기 경보를 통한 기술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다. R&D 투자에 있어서 특허정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연구개발기간은 21.2% 단축되고, 연구개발비용은 11.2% 감소된다는 한국전산원의 연구결과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생산성 효율화 및 국가 기술발전 측면에서 특허정보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은 양적인 팽창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력이 경쟁력이라는 기초적인 전제는 물론, 기술력을 지적재산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통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이다. 이제 특허 경쟁력은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으로의 발전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인 것이다.
<유영기 한국특허정보원장 yooyk113@kip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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