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경쟁력이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콘텐츠는 문화상품, 문화의 경쟁력지표로 사용된다. 누가 얼마나 질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가 해당기업과 나라의 세계문화시장에서의 경쟁력, 시장성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문화상품의 파급력은 이제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과 같은 소설이 영화화되고 영화는 또 게임, 완구 및 캐릭터 등으로 다양하게 컨버전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콘텐츠는 여러 문화상품분야에서 출시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
영화 ‘툼레이더’도 문화상품의 파급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한 매력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 영화의 원작은 PC게임이다. 게임이 역으로 영화, 완구 및 캐릭터의 중심이 되고 있는 것이다. ‘원소스멀티유스’란 성공한 상품 하나가 파급력을 발휘해 연관산업의 부흥까지 동반함을 말한다. 콘텐츠 산업이 대표적이다.
문화 상품은 그 자체의 성공뿐만 아니라 그 속에 녹아 있는 자국의 문화와 정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콘텐츠는 다양한 상품으로 컨버전될 수 있기 때문에 그 힘은 더욱 크다.
영화, 드라마, 소설 같은 경우 문화상품이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성공을 거두면, 그 영화나 소설의 배경이 된 나라와 도시는 유명관광지로 거듭나곤 한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우리나라 정동진이나 영화 007로 명소가 된 태국의 ‘007제임스본드 섬’이 대표적인 경우다.
몇년 전에는 일본의 게임으로 인해 닌자와 사무라이 등 왜색문화 침투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게임이 문화상품으로서 자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거부감 없이 세계 속에 알리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여러 게임들이 전 세계에 수출돼 세계의 어린이, 청소년에게 일본 문화를 알리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실제로 일본게임 마니아의 경우 일본 고대신화나 일본 중세역사에 대해 정통하고, 게임을 잘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게임업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내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대형 게임업체들은 해외 유명 회사들처럼 남부럽지 않은 제작비로 대작게임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게임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의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 꺼풀 벗겨보면 국내외 인기 게임들에 대한 카피, 표절시비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한국 정서를 담았다고 자신있게 내놓을 게임들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1∼2년이 지나면 중국이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그동안 비디오게임에만 신경썼던 대형 일본 개발사들도 하나 둘씩 온라인게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남의 것을 따라 해서는 절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가 없다. 이제 필자를 포함한 게임종사자들은 뛰어난 상상력과 개발능력으로 온라인 게임강국 한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한국의 역사,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담아낸 온라인게임을 만들어 세계에 한국을 알릴 준비를 서서히 해나가야 한다. 한국적인 것이니 무조건 독창적이라고 주장해서도 안된다. 우리 것을 세계인들이 받아들일 만한 재미와 게임성으로 무장해 내놓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온라인게임산업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무풍지대에서 성장위주의 플레이를 해 왔다면 이제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면서 질적 성장을 도모할 때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세계의 공장’이라면 게임산업에서 한국은 ‘세계의 공장’이 돼야 한다. 세계시장을 향해 한국산 ‘문화돌풍’을 일으킬 유력한 산업이 게임이기 때문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동남아의 한류열풍을 넘어 할리우드와 전세계에서 성공한 문화콘텐츠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이한창 윈디소프트 사장 ceo@windysof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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