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베이징 붕새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말 한마디가 전세계를 ‘차이나 쇼크’에 빠뜨렸다. 우리나라는 물론 홍콩·일본·대만·미국의 증시가 모두 날개를 잃고 추락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달 28일 유럽순방길에 오르기 직전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화폐 공급과 은행 신용대출, 고정자산 투자가 급증함에 따라 통화팽창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속성장중인 경제를 냉각시키기 위한 아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금리인상 발언만큼이나 강력한 힘으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세계가 주목하고 놀란 이유는 중국경제가 앞만 보고 내달아 왔고, 원자바오 총리의 말은 그만큼의 함축성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5년간 연평균 9.9%의 성장을 해 온 ‘폭주기관차’와 같은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위안화 절상요구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 그 중국이 말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경제성장률 저하를 감수하는 대출억제 △기업부도와 금융부실 증가 및 소비위축을 감내하는 금리인상 △외국인투자 급감을 각오한 위안화 평가절상 등의 조치로 대변되는 강력한 긴축을 천명했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 정책당국자들의 움직임은 강건너 불보듯 아주 담담해 보인다. 무협이나 경제연구소와는 달리 재경부·산자부 고위 관리들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관망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중국은 어느새 우리에게 좋으나 싫으나 관망거리 이상의 상대로 다가와 있다.

 지난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전체의 18.1%)이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낸 나라도 중국(전체의 71.2%)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자금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충당한다고 한다. 중국의 소비가 위축되면 일반기술제품으로 중국에서 승부를 거는 상당수 한국기업은 대중국 수출에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다.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는 폭풍이 온다’는 말이 있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는 말도 있다. ‘대만에 지진이 나면 삼성전자 주식을 사라’는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연 우리 정부가 중국정부의 정책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과잉’이라고 외면해 버려도 좋을 것인가. 하다 못해 국내에서도 정부 고위관리가 조찬자리 등에서 발언하면 증시가 요동치고 온 언론이 난리고, 그리고 그게 결국 사실로 밝혀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도.

 지난달 말 세계적 경제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중국에 진출한 삼성이나 LG가 한국의 최대 이슈를 중국에서 눈으로 확인하게 되리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조만간)한국의 최대관심사는 ‘(중국과 일하면서) 어떻게 이익을 얻고 성장하고 살아남을까’가 될 것”이라는 아찔한 지적을 했다.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을 계기로 3∼5년 수준의 한중 첨단기술격차가 해소됐을 시점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처럼 단지 증시가 폭락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 사회적인 쇼크까지 포함하게 될 것인가를 포함해서 말이다.

 장자에는 날개 길이가 몇천리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마치 하늘의 구름이 펼쳐진 것과 같이 크다는 붕새 이야기가 나온다. 원자바오 총리는 베이징의 나비가 아니라 베이징의 붕새다. 단지 우리만 그것을 못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이나 쇼크는 이제 시작이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