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PC의 진면목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이하 SPC)가 청주소재 J전문대학을 마이크로소프트 등 회원사 6곳의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청주지검에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대학들은 국내 소프트온넷이라는 업체가 개발한 ‘지스트림’이라는 스트리밍 방식의 SW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학교들이다.

 소프트온넷의 기술은 허용된 라이선스의 수만큼 동시접속자가 네트워크를 이용해 SW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로 강의실 이동이 잦은 대학에서는 필수적이다. 현재 전국의 상당수 대학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10여 곳의 관공서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에서도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범용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돼 이웃 일본에서는 MS재팬, 어도비와 협조해 ‘SAS프로’라는 이름으로 연간 20억원어치 이상이 판매된다.

 국내에서 이 기술의 저작권 침해여부와 관련, 아직 관계기관의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지난 2002년 3월 정통부에서는 이에 대해 동시접속자수가 허락 받은 수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또 최근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상조 서울대 교수도 사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SPC측이 고소라는 강공책을 들이댄 것은 ‘지스트림’을 사용하면 SPC의 주력 회원사인 외산 SW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또 SPC측이 고소이유로 외교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이웃나라에서는 이미 인정하고 수년 전부터 사용하는 기술임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이번 고소가 처벌이 아니라 저작권 침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저작권을 심각히 침해했다면 대학이라 하더라도 당연히 이에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정부나 대기업도 아닌 만만한 대학들을 압박해 확산되는‘지스트림’의 사용을 줄이려는 SPC의 이번 고소는 그동안 저작권보호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외국 기업의 SW판매확대에 앞장서 온 SPC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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