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naked)’가 다소 강제적인 느낌을 준다면 ‘누드(nude)’는 자발적인 느낌을 준다. 수치심이 개입된 네이키드에 비해 누드는 자연스럽다. 단순히 벗은 알몸을 뜻하는 네이키드와 달리 누드는 균형, 자신감과 같은 아름다움이 곁들여진 육체라는 상징성마저 지닌다.
영국의 미술사인 케네스 클라크(1903∼1983)는 누드를 “(네이키드처럼)움츠린 무방비 상태의 신체가 아니라 건강하고 균형잡힌 신체이자 정밀하게 재구성된 육체의 이미지”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들어 연예인이나 연예인을 꿈꾸는 여성들이 너나할 것 없이 ‘벗어 던지면서’ 네이키드와 누드가 주는 느낌상의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요즘처럼 누드가 대중화된 시대가 또 있었을까. 누드는 바야흐로 인터넷에서 단순히 옷 벗은 상태를 ‘전시’하는데서 나아가 아마추어 광고인들의 마케팅 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자신들의 가슴이나 엉덩이에 광고문구를 쓴 사진을 사이트에 게재해 놓고 사람들이 그 사진을 클릭하면 광고 의뢰인의 사이트로 옮겨가게 하는 네티즌들도 등장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초창기 ‘스트립포커’에서부터 누드의 폭발적인 증가는 예고됐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핵심 콘텐츠가 되리라고, 전자상거래의 주요 아이템이 되리라고 예언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휴대폰 보급과 맞물리면서 누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를 두고 “돈을 벌기 위한 한 방편”이라는 지적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신출내기나 한물간 여성 연예인들의 PR 수단”이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사실 누드는 기원전 5세기 몸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예술형식으로 출발했다. 누드는 매 시기마다 위대한 작품들에 영감을 주어왔는데 각 시기의 걸작들을 보면 누드가 얼마나 보편적이고 영원한 가치를 지닌 표현수단인가를 알 수 있다.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성인물로 연결되는 PC를 보면서 당혹감과 아울러 그럴 때마다 한번쯤은 자신들의 ‘마음의 누드’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의원·경제과학부 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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