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지사지(易地思之)

“‘인터넷은 공짜’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터넷 업체들이 설 땅은 없습니다. 음원제작자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MP3가 보급되면서 음반사들은 거의 망했습니다. 요즘 CD플레이어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전부 성냥갑만한 MP3 플레이어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에 맞는 음원제작자들의 수익보장 권리도 찾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사장의 말이다. 그 사장은 지난해부터 온라인음악 유료서비스를 시작했다. 음악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이대로 가다간 서비스 업체가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게 뻔하기 때문에 유료화로 바꿨다. 그의 말에는 억울함이 배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부 무료서비스인데 혼자 유료서비스를 한다면 어디 장사가 되겠는가. 음질을 좋게하고 아무리 서비스를 개선 한데도 ‘공짜’ 앞에 당해낼 재간은 없다.

이에 대한 사용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무료로 잘 이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유료라니 당연히 반발이다. 심지어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도 돈 주고 들어야 하느냐”고 맞선다.

얘기를 듣고보면 사용자측이나 음원제작자측 모두의 말이 일리가 있다. 사용자로선 굳이 공짜가 있는데 돈 내고 서비스를 받을 이유가 없다. 제작자로서는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공짜란 있을 수 없다. 양 각이 대립이 첨예하다. 그러나 모두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용자는 음원제작자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몇 년 전까지 돈 주고 잘 듣던 음악을 인터넷시대라고 해서 무조건 공짜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음원을 제작하는 사람 역시 그 일이 생계이다. 유료화를 당연한 대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음원제작자 역시 음반만을 주장할 것만이 아니다. 인터넷은 음악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디지털음원을 만들고 디지털음원 유통을 통한 수익찾기에 나서야 한다. 음반이 아닌 다운로드 수익을 노려야 하고 디지털 기획사도 만들어야 한다. 음악에 있어 인터넷만큼 쉽게 소비자에 다가가는 매체는 없다. 트렌드를 알지 못하고 끝까지 음반을 주장한다면 결과는 그의 책임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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