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까지 상장사들의 시설투자 총 규모는 8조29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0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투자 공시는 지난해 61건에서 올해는 71건으로 늘었다. 상장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경기회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시그널’로 중소 벤처기업들에도 매우 고무적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쏠림현상이 매우 심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시설투자 대부분이 삼성전자에 의해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1개사의 올해 신규 시설투자 규모는 6조1088억원으로 상장사 전체의 4분의 3에 육박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고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거래소 전체의 4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시설투자에 매우 인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시설투자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여타 상장사들의 해외 시설투자금액은 지난해 1903억원에서 올해 4470억원 수준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국내 시설투자는 지난해 1조6511억원에서 올해는 1조7830억원 수준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장사들의 시설투자에도 국내 설비의 해외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최근들어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주가도 많이 올랐다는데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일부에만 편중된 수혜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모든 기업과 여러 업종이 동시에 호황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특정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 기업설비의 해외 유출현상을 보면서 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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