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블루투스 시장 희망이 보인다

‘블루투스(Bluetooth)’ 기술이 첫 선을 보였을 때 공신력 있는 시장 조사 기관은 이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다. 이 때문에 당시 블루투스 개발 열기는 전 세계 모든 정보통신 분야를 뒤덮을 정도로 뜨거웠으며 때마침 우리도 벤처 열풍이 몰아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앞다퉈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이에 적극 부응해 정책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 전파 관련 법을 새롭게 정비, 블루투스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관심 있는 국내 기업을 위해 포럼과 활성화 모임을 주도하는 등 블루투스 열기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기술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점인 2002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좀처럼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시장 확산이 마무리돼야 할 올해에도 블루투스 기술을 기반으로 상품 개발에 성공해 시장 출시를 앞둔 업체 조차도 오히려 자체 개발팀을 해체할 정도로 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지금은 ‘블루투스’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게 들릴 정도로 블루투스 열기가 식어 버렸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블루투스 포럼과 개발 기업도 대부분 활동을 중단했고 블루투스 시제품까지 완성한 많은 회사는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 이유를 단순히 블루투스의 성능 부족으로 추정했지만 사실 블루투스 기술이 활성화하지 못한 것은 주파수 상호 간섭 문제가 지배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외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추진하는 기술이므로 믿고 상품화를 추진하던 국내의 많은 중소업체는 이 같은 블루투스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끝내고도 상품화에 실패한 것이다.

 최근 산자부와 전자부품연구원 등 정부와 산하 단체에서 ‘바이너리 CDMA’ 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너리 CDMA 기술은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TDMA 시스템 구조로 TDMA와 CDMA를 동시에 구현해 블루투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이미 홈네트워크의 무선 표준 기술로 떠올라 국내 연구소와 기업이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홈네트워크 산하에 관련 포럼까지 결성되었다. 여기에는 물론 이를 잘 활용하면 ‘미완의 성공’에 그친 블루투스가 빛을 볼 수 있다는 정부와 산업계와 바람도 한몫 했다.

 블루투스 기술 축적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블루투스와 바이너리 CDMA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뎀만으로 당장 상품화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블루투스 RF와 부품의 성능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블루투스 모뎀을 사용자 간의 상호 간섭이 없는 방식으로 대체한다면 무선 멀티미디어 신호의 전송 품질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홈네트워크의 저전력 무선 시스템의 해결책이 될 뿐 아니라 음질과 소모 전력 문제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무선 VoIP 전화 시장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휴대폰에 이를 삽입해 듀얼 모드로 제작하면, 휴대폰을 이용해 무선 VoIP 전화가 가능하며 무선 PABX용 단말기로 사용돼 구내 통화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디지털 장비와 연결이 가능하고, 무선 인터넷망을 통한 인터넷 방송 수신, 무선 결제 기능을 이용한 전자 거래, 홈네트워크 보조 서버, 원격 도어 록, 원격 검침, 전자신분증, 차량출입통제, 텔레매틱스, 야외 행사용 무전기, 무선 MP3 플레이어 등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의 새로운 상품과 연결될 수 있다.

 그동안 블루투스에 쏠리던 관심과 지원이 좀 더 바이너리 CDMA 기술에 기울여진다면 앞으로 미래 IT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또 다른 신성장 동력 과제에 비해 추가 연구 개발비와 개발 기간이 크게 요구되지 않아 IT산업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국내 중소업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성능과 간섭 문제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전 세계 블루투스 시장을 국내 기업이 석권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류승문 카서 사장 smryu@casuh.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