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 휴대폰과 착시 현상

한국이 휴대폰 강국인것만은 분명하다

`주식회사 한국`의 대표상품에는 계보가 있다. 70∼80년대가 섬유와 신발이었다면 90년대는 조선, 자동차, 철강,반도체가 각축을 벌였다. 2000년대는 휴대폰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휴대폰 수익률은 무려 25%를 훌쩍 넘었다. 경이적이다. 제조업으로 이만한 수익을 내려면 초호황기의 반도체 정도뿐이다. 비슷한 시기 발표한 세계 초일류기업들의 수익률도 삼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뿐인가. 삼성전자는 아직 멀었다며 벌써 올해 목표치를 상향 조정했다.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는 휴대폰 전 부문 실적에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삼성의 휴대폰쪽 관계자들은 여유있는 농담도 건넨다. 한때 반도체가 간판이던 시절 유행했던 광고 카피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잘 만드는 회사가 다릅니다”를 “휴대폰 잘 만드는 회사가 다릅니다”로 업그레이드하라는 것이다.

 물론 삼성의 휴대폰 사업 외형은 노키아에 비해 뒤진다. 시장 점유율도 한참 차이(약 15∼16%) 나는 3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로 대접 받는 것은 브랜드 파워와 수익률 때문이다.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물건 하나쯤 갖고 있다는 것은 자부심이다. “혼(魂)을 담아 생산한 제품은 당연히 최고가를 받아야 한다”고 거침 없이 말하는 이기태 사장과 직원들의 헌신이 뒷받침된 결과다. 한국산 휴대폰이 세계인의 호주머니를 점령한 것도 모자라 ‘명품 반열’에 올랐다면 찬사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휴대폰 신화에는 두 가지의 착시가 교차한다. 하나는 여타 한국 휴대폰도 삼성처럼 최고의 대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의 경쟁력은 보잘 것 없다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틀렸다.

 한국이 휴대폰 강국인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이 저마다 글로벌 톱10을 뽐낸다. 수십여 개의 중견 전문기업들도 OEM, ODM을 통해 세계시장에 진군중이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 및 성장에 직결되는 수익률면에선 고민이 많다. 삼성을 빼면 5%에도 미달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1∼2%짜리도 수두룩하다. 고가 고급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까닭이다. 중저가 시장에선 노키아라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고 모토로라에서부터 중국업체들까지 위협한다. 전통적 한국 산업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첫번째 시각은 착시다.

 그렇다고 여타업체들의 경쟁력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착시다. 중국시장이 죽었던 지난해 중견기업들은 기로에 섰다. 금융권은 곧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자금 회수를 독촉하며 이들의 돈줄을 죄었다. 지난 몇년간 폭발적 성장을 거두었지만 일시적 불황에 곧바로 칼부터 들이댄 꼴이다. 휴대폰업계의 도산설, 퇴출설이 단골처럼 등장했다. 중견기업들은 이것마저 이겨냈다. 올해는 너나 할 것 없이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를 통해 휴대폰 신화를 만들었다. 그것은 삼성의 일이다. 다른 기업들엔 자신만의 제품과 마케팅이 있다. 삼성을 벤치마킹하든 독자노선을 걷든 자기 색깔로 승부해야 한다. 업계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도 좋다. 업체간 성숙한 파트너십을 앞세워 노키아의 소싱력을 따라잡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에서의 제살깎기식 출혈경쟁 자제도 시급하다.

 인프라는 튼튼하다. 전세계 어디에도 3만명이 넘는 휴대폰 연구인력이 활약하는 나라는 없다. 이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 다행히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은 당초 예상인 5억대에서 20%가 증가한 6억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것도 고가 고급시장이 리드한다고 한다.

  <이택 편집국부국장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