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미 위피협상이 남긴 것

한국과 미국 간 IT분야 통상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무선인터넷플랫폼 ‘위피(WIPI)’가 지난주 워싱턴 협상에서 전격 타결됐다. 1년반여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협상 결과는 표면적으로 보면 양국이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협상 당사자 모두 만족할 수 없겠으나 이번 타결 소식을 전하는 우리 정부나 원인 제공자였던 미국 퀄컴 역시 협상 결과에 흡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퀄컴도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한·미 정부의 협상 결과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앞으로 한국 고객이 자유롭게 자사 솔루션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시다.

 그러나 우리 내부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일각에선 당장 내쫓을 수 있었던 퀄컴을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에 밀려 시간을 벌어주었고 모든 이통사가 위피만을 사용한다는 당초 기대에서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에 당초 정책목표였던 무선인터넷플랫폼의 상호호환성 확보와 공정경쟁 환경 조성, 하드웨어 중립성을 명문화한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퀄컴이 브루를 CDMA 베이스밴드(MSM)칩에 기본 장착해 시장을 독식하려는 불순한 저의를 막았고, 위피가 브루 퇴출 목적이 아니라 무선인터넷콘텐츠 간 호환 확보를 통해 ‘무선사업자 쏠림현상’을 억제하는 통신정책이라는 논리로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 보면 위피 협상은 지적재산권 감시와 같이 우리나라가 늘 ‘피고인’ 역할만 해온 한미 IT통상협상에서 다소 공세적인 입장에 서는 드믄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의 평가가 다소 인색한 것은 미국과 달리 우리 정부와 업계의 긴밀한 사전 협의가 부족했으며 업체 간 이해 관계도 상충됐음을 보여준다.

 이제 위피는 시장 판단에 맡겨졌다. 점유율 1%도 안되는 위피를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이동전화사업자, 단말기회사, 콘텐츠 및 솔루션 개발업체 등이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 이렇게 해도 미국 업체의 거센 공세에 힘이 부칠텐데 국내 업체끼리 서로 상대방만 탓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커져선 곤란하다. 한미 간 싸움은 이제부터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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