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PDP 마찰`이 주는 교훈

삼성SDI와 일본 후지쯔간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모듈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은 한·일간 특허분쟁을 예고하는 일이다. 이번 일이 양국 간 통상마찰로 비화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갈수록 우리 제품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란 것이란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기업은 이번 사태를 일과성으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특허분쟁에 대비한 신기술 개발 및 특허신청 등 특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사 기술보호와 함께 로열티를 최소화하는 것도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이번 분쟁은 PDP의 특허침해를 둘러싸고 삼성SDI와 일본 후지쯔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시작됐다. 일본 세관이 삼성 제품에 대해 통관보류 조치를 내렸고 이에 대해 삼성측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PDP의 통관보류조치 철회를 일본측에 요청하고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검토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일본측의 대응은 그간의 관례를 벗어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특허침해소송 재판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관을 보류한 것은 국제 무역관례를 벗어난 것이고 당사자인 삼성측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점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법에 따라 취한 조치여서 향후 사태를 지켜보면서 사안에 따라 하나씩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번 PDP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은 삼성SDI의 급성장에 대한 일본업계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잘 아는 것처럼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PDP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2001년까지 세계 PDP시장의 97%를 독식해 왔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특허 분쟁 발생은 PDP만으로 그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수출시장에서 우리 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될수록 발생건수가 더 증가할 것이란 점이다. 우리가 반도체와 LCD 등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IT품목으로 분쟁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 점에서 수출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은 특허문제에 대해 냉철히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처럼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수출만이 살길인데 수출시장에서 특허문제로 분쟁에 휩싸인다면 우리의 설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PDP의 경우는 그나마 일본 수출량이 전체의 3∼4%에 불과해 그 영향력은 미비하지만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농후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주요 수출 IT제품의 원천기술은 외국기업에서 제공받는 게 적지 않다. 이로 인해 해마다 엄청난 액수를 외국에 특허료로 지급하고 있다. 간혹 특허료를 둘러싼 분쟁도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우리의 세계시장 1위 제품이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이 특허기술을 이용해 우리 기업을 견제하거나 압박을 가한다면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기본적으로 우리는 독자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상대보다 더 많은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항상 특허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우리가 독자기술 개발에 실패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특허관리를 강화하고 기술개발비 확대와 독자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 특허분쟁에서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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