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EBS수능방송이 쏘아올린 작은공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EBS 인터넷 수능방송이 최근 시작됐다. 초고속망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영상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동영상은 지금까지의 텍스트 화면(2KB수준)이나, 웹검색 화면(20KB)보다 수백, 수천배에 달하는 막대한 용량과 전송을 요구한다.

 이번에 시작된 EBS수능 동영상 인터넷 서비스는 초당 300kbps로 전송되는 TV 화면급 수준이지만 전국을 대상으로 동시이용자가 15만명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인터넷 트래픽을 유발하는 시도였다. 단순 계산만으로는 테라급 전송량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총 트래픽이 수 테라로 추정되므로 이번 시도만으로도 50% 이상의 트래픽이 증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었다.

 한시간 분량의 강의 하나 하나가 120MB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로 가정의 초고속회선에서 일반적인 속도로 다운로드를 하는데도 약 30분 이상이 걸리는 양이다. 이런 동영상을 전국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전송한다는 것은 보급률이 비교적 높은 선진 외국에서도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시도다. 1200만가구가 넘는 놀라운 인터넷 이용과 가가호호 설치된 PC보급률만이 가능한 수준이며 인터넷강국 우리나라가 최초로 새로운 세상을 연 셈이다.

 이번 시도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통신·방송 융합의 전초전이라는 데 있다. 그간 정부는 2003년도 한해동안 새로운 고품질, 통합망을 위해 광대역통합망(BcN) 계획과 9대 신성장동력 발굴을 착실히 준비해 왔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그동안의 교과서적인 이론이 우리나라라는 우수한 테스트베드 상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도를 통해 초고속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주문형 동영상(VoD)에 10만명이 동시 접속하는 것은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으로써 우리나라의 IT수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가져다 줬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짚는다면 이번 수능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왜 그렇게 서둘렀는가 하는 점이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이 지상최대의 과제라고는 하지만, 과연 3∼4달에 불과한 준비기간과 국내산업이 제대로 대응하기도 전에 시행했다는 것은 앞으로 지양해야할 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혹자는 오히려 이렇게 서둘렀기 때문에 성공했고 우리나라이기에 가능했다는 역설적인 말을 주장하긴 한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시도였고, 전국 어디서나 특별한 장애없이 수능인터넷방송이 실현되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수를 가졌던 시도가 묻혀지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이를 계기로 고속성, QoS 및 보안성 등이 보장되는 인터넷 기반의 고품질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광대역통합망을 구축하고, 이 망위에 다양한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되게 함으로써 국가사회 전반의 정보화 추진을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수능 인터넷방송을 통해 발생한 엄청난 트래픽은 한동안 얼어붙었던 국내 통신서비스와 장비시장에 봄바람을 불어 넣어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서관정보화, e러닝 등 교육정보화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계에 숨통을 트게 할 것이다.

 이번 인터넷 수능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교육부는 EBS 수능 인터넷방송을 계기로 과외를 대체하는 e러닝 체제를 구축, 사이버 교육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이버가정학습 지원체제 및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기관과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도서·벽지 등 인터넷 사각지대에 수신시설 설치와 통신비 지원, 학교정보화시설 확충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 벌어질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장에선 이미 인터넷PC, 수능방송전용 PDA, 수능방송 녹화기 등등 새로운 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수능방송이 쏘아올린 공이 비록 작아 보이지만 이제 이 시도가 국내 산업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또 한번의 인터넷 강국임을 증명한 셈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신상철 한국전산원 국가정보화센터 단장 ssc@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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