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총선에도 인터넷이 큰 힘을 발휘했다. 합동연설회가 없어지고 이동 유세 활동이 금지되었기에 인터넷은 후보자의 정책 정보 전달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었다고 본다.
현재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국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내부도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촉발하는 핵심은 IT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사회를 지식정보 사회로 급속히 이행시키고 있다.
이번 17대 국회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 보다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패러다임과 국내 정치지형의 변화 등으로 모든 분야에서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9년째 맴돌고 있다. 우리 정치도 이번 선거를 통해 크게 개선되는 방향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는 소모적인 논란을 그치고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의 진입을 위해 새롭게 국력을 집결시켜야할 때다. 2만달러의 달성을 위해서는 1만달러 달성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인 고도화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질적인 고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특히 IT 분야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17대 국회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현재 정부는 10대 신성장 동력 산업 발굴을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을 창출해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것만이 선진국 대열에 빨리 합류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를 위해선 과학기술을 이끌어갈 우수한 이공계 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물론 참여정부 출범 후 이공계 기피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이번 17대 국회의 각별한 지원과 관심이 없으면 연구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날밤을 세워가며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 개발이 필요한 지금이다. 사회구조적으로 과학자들이 타 업계보다 홀대받지 않는 정책, 더 나아가서는 이공계 출신들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은 빨라질 것이다.
물론 17대 국회는 과학기술계를 대표해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분들이 많다. 그분들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분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할 것으로 믿지만 17대 국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공계 종사자는 특성상 서로 경쟁체제에서 자기분야만을 열심히 해 온 일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모든 이공계 분야 종사자들이 국가 경쟁력을 위해 자기분야만이 아닌 기술 융합화 시대에 대비해 힘을 한데 모아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공계 종사자들의 자구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와 국회차원의 법안 마련과 함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국부 창출의 저변에는 과학기술의 힘과 과학자들의 애국심과 사명감에서 비롯된다. 선진국 일수록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은 무궁무진하다. 눈앞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미래 세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때 인류의 행복과 번영은 약속된다. 때문에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은 또 다른 미래 세계의 편리함과 국부 창출을 위해 국력을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웃나라 중국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으며 인도나 다른 개발도상국 역시 턱밑에서 우리를 넘보고 있다.
17대 국회는 여·야 구분없이 국부 창출과 국가경쟁력을 위해 그리고 세계속의 코리아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에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린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장·ETRI 원장 chy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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