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고객은 봉사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팁을 준다. 역사적으로 서양에서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내려주는 금품이 팁의 유래라는 것이 정설이다. 팁(TIP)이라는 영어 단어는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위를 의미하는 ‘To Insure Promptness’의 머리글자를 따서 생겼다는 속설도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무원이나 공공요원에게 서비스를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팁을 지불하여야 한다. 서비스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원래 요금의 10∼20% 정도를 지불한다. 우리나라도 호텔이나 유흥장에서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라는 항목으로 청구서에 포함돼 있다.
지난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한국ERP협의회는 임시총회를 갖고 국산 ERP의 유지보수료를 15%로 공동 인상키로 결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한국오라클은 유지보수료를 명문화하고 최고 22%까지 받겠다고 공포했다. 하우리를 비롯한 백신 업체들은 방역 백신 업데이트 서비스의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국적 기업인 한국오라클이나 국산 ERP 업체, 백신 업체들이 요구하는 내용은 비슷하다. 소프트웨어의 유지보수에는 사람의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고객들이 원래 비용의 15∼20% 정도를 서비스 요금으로 부담하라는 주장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서양처럼 팁이 관습으로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차지’를 명문화하고 그 요율도 15% 이상으로 정하자는 이야기다.
당연히 고객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ERP협의회도 15% 유지보수료 결정을 관철시키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일반인은 물론 IT 종사자들 사이에도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후에 이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매년 15% 이상의 돈을 부담하라는 요구에 대해 고객이 저항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료를 둘러싼 사태 추이는 앞으로 지켜 볼 문제이지만 현 시점에서 볼 때 안타깝다. IT산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산업의 종사자들이 정당한 대가인 유지보수료를 받지 못해 마치 팁을 구걸하고 강요하는 모양세라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미래는 없다.
<이창희 컴퓨터산업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톡] 무엇을 위한 징벌적 과징금인가
-
2
[ET시선] 'AI 기반 의료체계 수출'로 패러다임 바꾸자
-
3
[부음] 정훈식(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씨 장인상
-
4
[ET단상] 무겁고 복잡한 보안, 이제는 바꿔야 한다
-
5
[인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
-
6
[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토큰 증권, 발행은 되는데 거래는 왜 활성화되지 않나
-
7
[부음] 김재욱(금융투자협회 전문인력관리부장)씨 부친상
-
8
[부음] 김금희(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씨 별세
-
9
[부음] 정홍범(전 대구시의원)씨 별세
-
10
[부음]김규성 전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모친상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