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 칼럼]경제공약과 원칙

지도자의 지도력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지도력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의 코피 박사는 그의 저서 “원칙중심의 지도력”에서 크게 3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는 지도력과 이익을 미끼로 하는 지도력, 그리고 원칙중심의 지도력이다. 두려움을 주는 지도력은 무조건 예스맨을 양산한다. 앞에서는 순종하지만 돌아서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 두번째는 득이 있으면 따르지만 그게 없으면 배신하다. 커피 박사는 이 가운데 원칙중심의 지도력이 최상이라고 했다.

 중국의 노자는 지도자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는 백성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다. 둘째는 백성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셋째는 백성이 흠모하고 찬양하는 지도자, 넷째는 무위의 정치 지도자 등이다. 이 가운데 노자는 백성들이 지도자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지도자를 최고의 지도자로 제시했다.

 순 임금이 어는 봄날 신하와 함께 농촌에 갔다고 한다. 농부들은 임금이 와도 쳐다보지도 않고 일만 하고 있었다. 그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다. 민망한 신하가 임금이 왔음을 알리려 하자 순 임금이 말렸다고 한다. 이를 보고 공자는 “임금이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국정이 제대로 굴러간다”라고 말했다. 결국, 각자가 원칙에 충실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할 때 가정이건, 기업이건, 나라건 올바르게 굴러 감을 알 수 있다.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온 나라가 선거 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경제난은 여전하다. 물가와 기름값·원자재값·환율 등이 올라 걱정이다. 일자리는 줄고 제조업 공동화도 심각하다. 우수인력의 해외유출도 늘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지만 일부 기업과 일부 품목에 한정돼 있다. 경제성장도 내수보다는 수출위주다. 수출이 살길이긴 하지만 일부 제품군에 편중돼 있다. 대기업 착시현상이란 말도 나온다.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대부분 삼성전자가 만든 것이다. 수출도 단연 삼성이 일등공신이다.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결과다. 대부분이 IT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수출 비중은 전체의 15%에 달한다. 자동차나 반도체·LCD·휴대폰·선박 등을 제외하면 우리가 수출할 게 별로 없다. 이들 5대 품목의 수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감경기에 간극이 엄청나다. 잘나가는 기업은 호황이지만 나머지 업체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정치권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 설익은 정책이나 선심성 정책을 내놓아 기존 원칙이 훼손되면 안 될 일이다. 각 당도 경제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공통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만한 현안은 모두 들어 있다. 현안이긴 하지만, 말로 될게 하나도 없다.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권자의 투표자의 마음만 겨냥해 실천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공약을 발표하는 것은 무원칙과 무책임의 본보기다. 허황된 공약일수록 귓전을 솔깃하게 하지만 이는 가식과 위선의 정치풍토를 만들 뿐이다. 난관극복에 기적이란 없다. 선거를 하는 4월이 가식(假飾)의 달이 돼서는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게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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