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 아웃소싱과 외부위탁

 올들어 독자적으로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정부 부처, 금융기관 및 일반기업에 이르기까지 IT 아웃소싱에 대한 타당성 검토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련업계는 이에 대응, 올해 중점 사업목표에 아웃소싱 분야를 예외없이 우선 순위로 채택하고 있다. IT아웃소싱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한편으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정보시스템 IT 아웃소싱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이므로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공유하게 될 가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자칫 이를 등한시할 경우 IT아웃소싱의 효과면에서 무용론이 제기되고 급기야 시작단계인 시장은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T 아웃소싱이 보편화된 선진국에서는 IT 아웃소싱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있다.

 일상 업무의 단순 외부위탁이 1단계로, 전산설비의 유지보수를 포함한 운영대행, 단순 프로그래밍을 위한 인력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2단계는 공동화 내지 통합화를 추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전문화를 도모하는 위탁형태를 의미한다. 일본의 지방은행들이 공동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인력을 절감하고 기술력을 공유하는 IT 아웃소싱 형태나 국내 대기업이 계열사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분사의 형태로 정보시스템 부분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운영하는 방식도 전문화라는 차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정보시스템 IT아웃소싱이 대개 1 또는 2단계의 수준이라는 점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이때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거래되는 가치(Value)는 비용절감과 부족한 내부자원의 조달에 치우치게 된다. 물론 분사를 통해 모기업 외의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예외일 수 있으나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부분은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IT 아웃소싱 정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인 IT아웃소싱의 정의는 ‘조직의 비핵심 역량부분을 외부에 위탁하고 조직은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Core Competency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비핵심 역량의 외부위탁이라는 용어는 자칫 IT아웃소싱의 가치를 제한하게 되고 이것이 곧 국내 IT아웃소싱의 수준을 제 2단계에 머무르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하면 IT아웃소싱이란 기업 내부의 비효율적이고 골치 아픈 기능을 외부에 떠 넘김으로써 기업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내 정보시스템 IT아웃소싱의 획기적 전환점이 된 다이와(大和)은행의 경우는 제 3단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지난 97년 말 IT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한 다이와은행은 당시 보유하고 있는 기술수준이 이미 낙후되어 있었고 이의 개선을 위한 신규채용이나 경력사원의 채용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이와은행은 IT 아웃소싱을 결정하는 데 장애가 된 종업원의 처리 문제를 위해 IT 아웃소싱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합작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제 3단계다. 이에 따라 IT아웃소싱의 정의에도 변화가 필요했고 ‘대외 경쟁력이 취약한 핵심역량 부분을 외부의 전문업체를 활용, 경쟁력을 강화’ 하는 것이 전략적 IT 아웃소싱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자체 인력으로는 3개월이 소요될 프로그램 개발을 IT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3주만에 완료한다든지, JP모건사와 같이 인프라 부분은 CSC, 업무개발은 엑센츄어, 네트워크는 AT&T 등에 운영을 맡기는 것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제 3단계로의 도약이 시급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기업체의 경영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보시스템의 전략적 IT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IT 아웃소싱 서비스 제공자는 이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기술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 경영을 주창하는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글로벌 경쟁업체에 비해 정보시스템 부분에서도 역시 후진성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기업의 정보시스템 분야는 ‘외부위탁’이 아닌 ‘전략적 IT 아웃소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기 SK C&C 상무 changkim@sk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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