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살리기-학장에게 듣는다](7)KAIST 좌경룡 교수

 “박사후 과정의 연구원 연봉은 이공계에 대한 모욕입니다. 대부분 30대가 넘어서 박사학위를 딴 고급인력들이 정부가 발표한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 212만 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100만원대 월급생활을 한다면 누가 이공계에 진학하겠습니까.”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좌경룡 공학부 공학장(59·전산학전공 교수)은 “추락하는 이공계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선 능력대로 평가하고 능력만큼 대우를 하는 사회풍토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KAIST는 아니지만 우리 나라 최고 국립대 공대 수준이 삼류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좌 학장이 최근 거론되고 있는 고액 연봉이 이공계 기피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나눠먹기식으로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은 곤란하다고 말할 때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이공계가 외면받는 현실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기성세대가 잘못 구축해 놓은 교육 시스템의 문제라고 봅니다. 대학마다 색깔이 부족하고 교수 평가만 해도 논문의 국제인용지수(SCI) 숫자나 따지는 획일화된 평가 잣대로는 발전이 없습니다.”

 그는 “이공계 교과과정이나 연구도 평가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좌 학장은 “차제에 우리 나라 과학교육의 근본부터 확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릴 적부터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워주는 교육 시스템이 빈약합니다. 영재 교육용 교재도 특정 대상에게만 배포할 것이 아니라 일반학교에도 널리 보급, 청소년들의 과학에 대한 마인드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좌 학장은 또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과 관련 “과거에는 좋은 인력에 몇만 달러씩 줘가며 해외로 내보낼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 상황도 많이 달라진데다 인력을 국내에서 키워야 한국 브랜드도 같이 클 것”이라며 해외로 내보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부나 대기업 장학재단 등이 매년 수백 명씩 해외에 내보내 박사학위를 따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국내 박사과정에도 같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데 많은 이공계 교수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좌 학장은 “연구원들의 글로벌 마인드가 걱정이라면 이공계 대학에서 박사 학위 공부를 1년 정도 한 뒤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보내는 방법도 좋을 대안”이라며 나름 대로의 생각도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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