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높나...적임자가 없나...
전북·대구·대전 등 전국 각 지역소재 벤처지원기관들이 최고경영자(CEO) 영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29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전주정보영상진흥원·전남테크노파크·대구전략산업기획단·대전첨단산업진흥재단 등 지역 벤처지원기관들이 최근 CEO와 연구원을 공개 모집하고 있으나 인물난으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관의 경우 2∼3차례 모집공고를 냈음에도 불구, 후임자를 찾지 못해 장기간의 CEO공백등에 따른 사업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 우선 지역의 인물난을 꼽으면서도 지나치게 수도권 등 중앙무대 출신의 인물을 선호하거나 불투명한 채용과정 및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참여기관 간에 벌어지는 주도권 다툼이나 나눠먹기식 인사배정이 벤처지원 기관의 전문가 영입을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17일부터 30일까지 3개월째 공석중인 전주정보영상진흥원장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3번째 실시하는 공모이다. 시는 IT산업 및 관련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 또는 연구경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 자격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까지 마땅한 지원자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전주시 김미정 정보영상과장은 “이번 공모에서 후임원장을 뽑겠다는 원칙은 정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두고봐야 한다”며 “채용형태나 보수수준도 다른 지역과 비슷한데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내심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입주업체 관계자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거나 중앙출신의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원장공모를 3차례나 실시한 것은 명백한 행정잘못”이라며 “시나 진흥원이 IT와 CT산업 육성의 의지를 제대로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대전시도 산하 기관인 첨단산업진흥재단의 전략산업기획단장 선출에 큰 진통을 겪었다. 당초 지난해 9월부터 단장 공모에 들어갔지만 2차례에 걸친 재공모 끝에 해를 넘겨 이달 초가 돼서야 단장을 선출했다.
전략산업기획단장은 소프트웨어지원센터 및 고주파부품연구센터, 바이오지원센터 등 대형 국책과제 사업을 평가하고 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비중 있는 자리이지만 시는 지난해 첫 공모에서 실력과 능력을 갖춘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다시 추진된 재공모를 통해 대덕밸리에서 인지도를 높여 온 한밭대 박준병 교수를 단장으로 최종 선정, 다음달 1일부터 업무에 들어갈 계획이다.
오는 5월 말쯤 공식 출범 예정인 대구테크노파크 대구전략산업기획단도 최근 기획단을 구성할 연구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지원자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대구전략산업기획단은 대구지역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핵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단장의 경우 대기업 이사급의 경력자를, 또 연구원들은 석·박사급 이상의 자격요건을 갖춰야하는데 30일 현재 지원자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단장의 경우 민간기업의 임원 출신 또는 국책연구소를 거친 고도의 전략산업관련 전문성를 요구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물망에 오르지 않아 기획단 출범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출범한 경북테크노파크 경북전략산업기획단의 경우도 산자부의 방침이 늦어진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단장 인물을 찾지 못해 테크노파크 단장이 겸임해 오다 최근에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부원장을 역임한 장래웅 교수를 기획단 단장으로 뽑기도 했다.
<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