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보완책 없어 사용자 1년에 한명꼴
연구원들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 과학기술 습득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과학기술계의 재충전 시스템이 유명무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5일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따르면 출연연에는 대학교의 ‘안식년’과 같은 연구연가제와 해외교육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 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연구원은 해 평균 1명에 불과할 정도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등 ‘있으나 마나한’ 제도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연구원들은 박사학위 취득 이후 과학기술계의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거나 고갈된 지식정보를 재충전하지 못해 취업 10년차 정도만 돼도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ETRI에 직장을 잡았다는 모 연구원은 “과거 미국 생활의 감과 연구개발(R&D)동향에 대한 감을 모두 잊어버렸다”며 “적절한 시기에 리마인드 했더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왜 이런 상황 연출되나=가장 큰 원인의 하나로는 연구원들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연구성과중심제(PBS)가 꼽힌다. 연구원들은 이로 인해 일정 기간 연구연가 등을 활용한 뒤 복귀할 경우 새로운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수주받을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가를 사용할 경우 자칫 정상적인 인건비를 받을 수 없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초과학기술지원연구원 등 일부 기관은 지난 3년간 연가를 활용한 연구원이 전혀 없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자력연구소, 생명공학연구원, 화학연구원 등도 지난해 단 1명만이 연구연가를 활용했다.
△대책 없나=연구단지내 많은 연구원들은 “출연연의 기본 연구사업비 확대와 재원 확보 등으로 연구연가 활용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구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기계연구원은 이 제도를 해외교육 훈련으로 변형해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 1년인 연구연가를 3∼6개월 단위로 세분화한 뒤 자체 예산 8억여원을 확보해 지원하고 있다.
기계연구원은 이를 통해 올해 만 50여명의 연구원이 이 혜택을 누리며 5년 동안 모든 연구원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연구단지발전협의회 김동찬 회장은 “정부에서도 예산이 마련되어 있다며 가라고 하지만 다녀온 뒤 아무런 보장책이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떠날 배짱있는 연구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보완책없는 제도는 의미없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