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IT인프라 활성화와 산업고도화

 18일부터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2004’가 24일(현지시각)로 막을 내린다. 이번 세빗에서 전자·정보통신업계가 보여준 열기는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이 전자·정보통신 산업임을 실감케 했다. 우리 기업들의 제품도 큰 호평을 받았는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임이 다시 입증됐고 ‘3세대폰’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아울러, 기술력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 세빗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제품중 하나인 ‘펜폰(펜처럼 쓰기만 하면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휴대전화)’의 핵심기술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세빗은 규모로 세계 최대이기도 하지만 유럽시장의 동향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회다. 유럽시장의 최대 수출 품목은 연간 24억달러 어치를 수출하는 휴대폰이다. 흔히 휴대폰하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사실 유럽시장은 GSM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GSM방식이 시장점유율에 있어 약 4배 정도 더 크다. 실제 우리나라의 휴대폰 수출도 GSM방식이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CDMA방식에만 고집하지 않고 성장가능성이 큰 GSM방식을 적기에 개발하지 않았다면 유럽의 큰 휴대폰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유럽시장은 미국시장과 다르지만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세빗은 유럽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에 매우 유용한 전시회다. 정부에서는 올해에도 세빗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을 대상으로 ‘한국관’을 운영했다. 총 81개의 기업이 지원을 받았는데 운영실적을 잠정 집계해 본 결과, 상담액 9억5000만달러, 실제 계약액 2억달러로 당초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우리 참여 기업들과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영자신문을 제작해 현지에 무료 배포한 것도 나름대로 우리 기업과 제품을 홍보하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빗과 같은 세계적인 전시회를 보면 솔직히 부럽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0월께 한국전자전(KES)이라는 제법 규모가 큰 전시회가 열리고 있지만 세빗과 같은 세계적인 전시회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IT제조업 경쟁력, 첨단제품의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시장의 중요성,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게이트웨이로서 동북아 시장의 의미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세계적 규모의 전시회로 성장할 여건과 환경이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우선 올해부터 한국전자전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한국전자전을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가전쇼에서 전시품목 범위를 소프트웨어까지 확대하기 위해 ‘e비즈 엑스포’와 통합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적인 IT 기업의 CEO와 저명 학자를 초청해 세계의 IT 흐름을 파악하고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해 보는 세미나 개최도 계획중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우리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장(場)으로 ‘업그레이드 된 한국전자전’을 기획하고 만들어 나가는데 노력해 나가겠다.

 또 한가지 우리가 노력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 등 IT제조업은 세계적 수준이고 정부주도로 구축한 초고속 통신망 등 인프라는 세계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제조업에 있어서도 주요부품은 아직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력에 있어서도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말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주요국의 정보화지수에서 우리나라가 20위에 그친데서 알 수 있듯이 IT인프라의 실제 활용도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화 수준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앞으로의 과제는 ‘IT인프라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해 나갈 것인가’인 만큼 정부는 이를 해결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집중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 heebl@moci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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