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를 살리자](12)획기적인 경영환경 개선④

 ‘일한 만큼 받는다.’

매우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말이다.

기업은 직원들이 거둔 성과만큼 대가를 지급하고, 직원들은 자신이 한 만큼 받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항상 기업은 ‘직원들이 일 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직원들은 ‘내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을 못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과 벌인 공동 조사에서는 생산·기술직의 이공계 출신 응답자 중 무려 87.3%가 자신이 받고 있는 처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매년 임금협상 때마다 기업은 한 푼이라도 덜 주기 위해, 직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산업적 낭비를 막기 위해 꽤 오래전부터 생산성 증가에 비례해 임금이 증가하는 ‘생산성협약 임금제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생산성협약 임금제도란=‘생산성협약 임금제도’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중기(3∼5년)동안 평균 임금증가율을 생산성 증가율과 같도록 결정하는 임금결정 모델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생산성 향상 성과에 비례해서 임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임금국민생산성기준(경총)이나 생계비기준(노총) 등 거시적 차원의 현행 임금결정 구조를 미시적 차원인 개별기업에 적용하다 보니 임금협상이 평균 4개월 이상 걸리고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하기도 힘들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생산성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임금 인상폭을 결정함으로써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하고 노사 상생의 적정 분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이 제도는 올 해 주요 시범업종 중심으로 적용한 후 내년까지는 전 업종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강력한 반발=‘합리적인 대가 지급’을 표방하는 생산성협약 임금제도는 발표되자마자 노동자 측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주노총은 이 제도를 ‘군사정권 시절 생산성임금제를 연상케 하는 저임금 정책’이라고 폄하했으며 한국노총 역시 ‘노동력을 착취하고 기업의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반 노동자적 발상’이라고 항변했다.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기업 간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고 경영 투명화로 노동자들이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노동생산성의 측정방법 및 측정치가 마련돼야 하지만 아직은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불안한 ‘물가’처럼 생산성 이외에도 충분히 임금상승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산성만으로 임금을 결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뢰도 높은 기준 마련으로 노사간 공감대 형성=노사간 공감대 형성 없이 이 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특히, 이 제도의 목적이 ‘합리적인 이익 배분을 통해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자칫 좋은 정책이 기업의 핵심인 직원들의 기를 죽이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태는 철저히 막아야 할 것이다.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우선 철저한 분석과 실험으로 신뢰도 높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준이 마련되면 다음 단계로 제도 도입이 기업과 직원, 나아가 국가에 어떤 이익으로 다가올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미 예측에 따른 고정임금 산정의 불확실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변동임금제도를 함께 운영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생산성본부의 성과진단을 통해 개별기업의 기준 마련에 도움을 줄 생각이다.

무엇보다 개별 기업 스스로 사회에 만연한 ‘기업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도록 노력해야만 제도의 성공과 함께 ‘기업 기 살리기’라는 근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효율적 시행을 위해

근로자의 임금을 생산성과 연계해 결정한다는 ‘생산성협약 임금제도’는 주5일 근무제의 본격 시행과 더불어 첨예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법정 근무시간이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게 돼 기업입장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금 인상의 기준이 되는 생산성을 현실적으로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 과연 근로자의 노력에 의한 것인지, 자본이나 기술 등 기업 내재가치에 의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생산성협약 임금제가 효율적으로 시행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보완책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것이 성과급 제도다. 성과급 제도는 개인 성과에 따라 연동되는 연봉제와 팀·사업부 또는 조직 전체의 성과에 연동되는 집단성과배분제(Gain sharing), 이익배분제(Profit sharing), 그리고 장기적 인센티브제인 스톡옵션제 등이 있는데,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65% 이상이 연봉제 또는 성과배분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배분제는 임금인상을 억제하면서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소속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연봉의 48%를 PS로 받았으며, DVD플레이어·VCR·캠코더 사업을 담당하는 DVS사업부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PS를 받았다. 또 프린터사업부와 국내영업사업부도 각각 연봉의 30%에 해당하는 PS를 받아 사기가 높아졌다.

그러나, 이처럼 성과배분제의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에서 도입되고 있는 시스템은 단기적으로는 사원들에게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원들의 동기부여가 미흡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평가기준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용해 급여 차등폭의 확대로 인해 오히려 사원들 간에 불화가 야기되는 부작용도 흔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기업의 성과급제도 현황, 효과 및 개선방안’에서 “한국에서 성과급 제도의 가장 큰 과제는 체계적인 직무 분석을 바탕으로 평가기준을 정비하고 사원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성적과 급여 차등폭을 도출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영하 기자>

*기고: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생산성혁신추진본부장 

최근 논의되고 있는 생산성협약 임금제의 핵심은 생산성과 임금을 연계시키되 생산성 범위 안에서 임금을 인상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연간 단위의 소모적인 협상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며, 또한 부가가치의 분배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의 창출에도 동등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제안의 가장 큰 배경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와 2000년대 이후 관찰되고 있는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 그리고 특히 금년 7월부터 도입되는 주 5일제로 인한 국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라고 볼 수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선진국인 미국의 2분의 1, 일본의 3분의 2 수준이다. 또한 얼마 전에 발표된 2003년도 3/4분기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전년 동기대비 5.6%, 시간당 명목임금은 9.7% 증가해 단위 노동비용은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생산성 향상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이 최근 3년 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단위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생산성본부가 520 개 상장기업의 2000년 이후 3년 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상 기업 중 199개 기업(38%)만 임금증가율이 생산성증가율 범위내에 있었으며 나머지 62%는 임금증가율이 생산성증가율보다 더 높았다.

이처럼 우리 기업은 단위 노동비용의 압박과 더불어 원재료비나 경비 등의 측면에서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노출돼 채산성이 없고 죽을 지경이라고 아우성이다. 대책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의 비율, 즉 부가가치율을 높여 인당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부가가치는 매출액에서 외부 구입가치인 원재료비 및 경비를 뺀, 즉 생산과정에서 새롭게 부가된 가치이며, 이것이 영업이익과 인건비 및 감가상각비로 분배된다. 따라서 근로자의 임금도 올릴 수 있고, 회사의 이익도 높일 수 있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해결책은 인당 부가가치 증대 즉,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2차 대전 후 독일은 개별기업의 부가가치의 합이 국민경제상의 GDP와 일치하므로 결국 국부(國富)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이는 일본에서 1960년대부터 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의 개념으로 승화됐다. 일본의 임금-생산성 노사관계는 1990년 대 미국의 ‘기업협약’을 통해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자동차노조(UAW) 등을 중심으로 노사가 회사의 중장기 방향에 대하여 기업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협약 내용은 좀 더 상세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는 △중장기 생산성 증가 목표 설정 △중장기 임금인상 목표설정 △생산성 증가와 임금증가 차이에 대한 활용전략(예: R&D, 가격인하) △제품이 공동의 품질기준 미달시 조치사항 △고용안정 조항 △성과배분제도 운영규정 △신뢰와 협의에 의한 공동 의사결정 등이다.

2004년 3월, 한국의 경영계는 3.8% 수준, 노동계는 10.5% 수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부터 20년 전, 일본은 임금의 인상을 위해 노사가 생산성의 향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하고 생산성의 향상, 즉 파이를 키우는 측면에 관심을 갖고 주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점이 바로 우리가 곱씹어 보아야 할, 기업의 기를 살리기 위한 종합 예방책이라고 판단된다. 실행방안으로는 먼저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고 여기서 임금과 생산성을 진단하고, 중장기 임금과 생산성목표를 설정하고, 생산성 임금협약을 체결해 시행하는 절차를 고려해 볼 수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사간의 신뢰다.

지난달 LG전자 노사가 체결한 임·단협과 공동선언문의 예는 생산성협약 임금제의 한 태동이라고 보여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 생산성협약 임금제가 도입돼 기가 살아있는 기업의 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