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공계 대학의 위기와 도전

 60년대 GNP 100달러 미만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세계 역사상 유래 없는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불과 4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GNP 1만달러를 달성하면서 경제 발전에 따른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는 사회 각 부문을 개혁하며 슬기롭게 정면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민간부분의 구조조정과 개혁은 나름대로 상당한 결실을 거둬 우리경제의 큰 활력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할과 소중함을 깨달은 좋은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공공부분 개혁은 충분치 못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민간부분은 과감한 인력구조개선과 매각 등 다양한 개혁의 수단과 방법이 있었으나 대학은 속성상 구조조정과 개혁이 상대적으로 쉽지만은 않았다. 이익창출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비하여 대학의 설립목적 등은 눈에 보이는 목표치를 산출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이 같은 문제는 선진국에서도 항상 논란거리의 대상이었다.

 대학의 경쟁력과 효용성에 대해 사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과 따가운 질책을 보내고 있다. “사람은 많은데 쓸만한 사람이 없다, 졸업한 학생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쓸모가 없다, 대학은 애프터서비스도 하지 않으면서 불량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이런 비판은 우리 대학에 대한 사회의 각별한 관심과 충고인 까닭에 대학사회는 이를 겸허히 수용하고 이에 상응하는 교육체제(hardware)와 내용(software)을 잘 갖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 수는 인구비례로 볼 때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엔 인구 증가률 감소 추세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 수도 급속하게 줄고 있다. 지난 2000년도 수능 응시자가 896,000명이었는데 불과 2년 후인 2002년도에는 740,000명으로 15% 이상 감소되었다. 이공계의 경우는 심각한 상태에 있다. 1997년도 전체 응시자 중 43%인 356,000명이 이과계열이었으나 2002년도에는 27%인 198,000명으로 급속히 줄어든 것이다. 반면 예체능계는 9%인 74,000명에서 2년 후인 2002년도에는 17%인 123,000명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공계 대학은 양적인 면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질적인 면에서도 의대 및 약대, 법대로 옮겨가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인력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은 연구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했다. SCI 논문 발표 건수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연구중심대학의 경우 논문 수는 미국의 TOP 10 대학수준에 접근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대학교의 황우석 교수팀의 획기적인 연구 업적은 질적인 면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해 주었다. 이런 획기적인 연구능력의 향상에 비해 대학의 본분인 교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생의 41.7%가 이공계인 데 반하여 미국은 18%, 일본은 29%, 영국은 27%, 독일 36%에 비하여 상당히 높다. 따라서 이공계 대학의 탄력적인 정원 감축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공계대학의 학생 수보다는 소수정예의 우수 학생에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 하겠다. “한사람의 유능한 엔지니어가 1만명 이상의 삶을 책임진다”는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생각한다면 교육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획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설계능력향상과 실험실습 등을 통한 현장 적응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 대학교육은 막대한 기자재와 교수인력을 필요로 한다. 대학의 자기 성찰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와 함께 이공계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육은 투자를 하지 않고는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학장 : 이공계 대학의 위기와 도전mk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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