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휴대폰 등 정보통신기기의 전지팩 사고가 동남아 등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유사 사고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전지 안전성에 대한 사용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지 안전성 혹은 사고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이 생산자와 사용자간의 오해 및 불신을 해소,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먼저 휴대폰·노트북·디지털스틸카메라 등에 쓰이는 전지의 대부분은 이차 전지중에서 리튬이온이차전지라고 분류되는 것이다. 이 전지가 사용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인명 사고의 대표적인 형태는 ‘발화(Fire)‘와 ‘폭발(Explosion)‘ 두가지로 분류될 수 있지만 ‘발화‘도 사용자 입장에선 ‘폭발‘로 인지될 수도 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까닭은 단순하게 구분한다면 다음과 같이 3가지가 대표적이다.
우선 정품이 아닌 비품의 경우다. 셋트 업체에서 승인하지 않은 제품으로 모델 자체가 하자가 있고 생산도 조악하게 이뤄진다. 동남아 등지에서 일어난 사건 대부분이 이 유형에 주로 속한다. 둘째 불량품이다. 정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설계상 혹은 품질 관리상의 하자로 동일 모델이라 하더라도 생산지에 따라 달라지며 일본 업체의 중국생산기지 등에서 생산된 롯트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모두 소위 리콜 대상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사용자 과실이나 고의적 파손이다.휴대폰의 전지팩은 충전 상태에서 고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으므로 사용자 과실이나 고의적 파손 등의 행위로 어쩔 수 없이 ‘발화‘ 혹은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사용자 과실은 정해진 사용법을 숙지하고 지킨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형태의 사고이며 고의적 파손은 최근들어 종종 일어나고 있는 사고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고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만충전상태의 리튬이온이차전지가 방전 이외의 방법으로 짧은시간에 에너지를 방출하게 되면 발화 내지는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사고는 유형에 따라 지혜롭게 대처하게 된다면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사용자들의 현명한 행동에 따라 사고 발생률을 거의 0%까지 낮출 수도 있다. 첫째의 경우는 승인이 획득된 정품의 사용으로 줄일 수 있고 둘째의 경우는 생산자나 셋트 업체의 노력으로 마지막 경우는 사용자의 안전수칙 습득과 무모한 모험 자제로 최소화시킬 수 있다.
특히 첫째와 셋째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전자는 승인을 얻지 못한 연료나 승인받지 못한 저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고 셋째의 경우는 자동차 연료구에 천을 꼽고 불을 붙이는 행위에 다름이 아니며 최근에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고가 두 원인에 기인하고 있다.
전지의 경우를 자동차에 굳이 비유하는 것은 전지나 자동차 사고는 인명에 상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인데 20세기 초반 자동차의 전신인 전차 사고가 발생한 후 전차 안타기 운동이 벌어졌지만, 그로부터 몇십년 지나지 않아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문명의 이기가 되면서 사회적인 인식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 빈번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성향상과 사용자 계몽이 병행되면서 최선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문명의 이기‘인 리튬이온이차전지도 무조건적인 안전성 확보에 대한 주장, 인증제 신설 혹은 사용자과실로 치부하기 보다는 안전성과 사용자 계몽이 균형을 맞춰가며 사고를 줄여 가는 등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야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안전인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란의 씨앗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언젠가 구체화돼 언급될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안전인증의 목적은 생산자들을 규제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용자가 안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근거에 입각한 시행자의 현명한 선택을 통해 무의미한 규제책이 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전자부품연구원 박철완 박사 cwpark@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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