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통일시대의 물류유통

 남북경협의 확대와 함께 최근 우리를 고무시킨 일 중 하나가 남북철도 연결사업이다. 향후 21세기 통일시대가 아시아와 유럽간 국제복합운송의 가능성을 여러 가지로 검토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다.

 통일한국의 개막은 다시 말하자면 통일시대 물류유통의 새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하며, 물류유통의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써 통일시대에 대비해 어떻게 물류유통의 국제화를 도모할 수 있느냐는 과제가 핵심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동북아지역 물류중심 건설’ 등 보고서는 통일시대의 동북아 국제복합운송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개발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한일 해저 터널도 이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 1990년, 2000년 일본에 각각 해저터널 건설을 제의했으며, 2000년 10월에는 일본의 모리 총리가 서울 ASEM에서 해저터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핵 문제 해결 후에 통일한국의 물류유통체계를 이용하기 위한 한-일해저터널이 현안이 될 전망이다.

 튜브형 터널에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할 경우 서울에서 후쿠오카까지는 불과 1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 시베리아 교통대학의 코마로프 총장이 지난해 말 공식석상에서 “사할린과 홋카이도간 56km를 잇는 러시아와 일본간 해저터널건설 사업도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통일한국시대에 사할린과 홋카이도 해저터널과 부산-후쿠오카 해저터널이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거리상의 이점이나 경제적인 비용절감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향후 일본 정부가 한일 해저터널의 건설을 줄기차게 요구해 올 것으로 판단된다. 해저터널을 개통하게 되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고횡단철도(TMR), 중국횡단철도(TCR)의 아시아의 기점이 부산이 아니라 후쿠오카나 오오사카 등이 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통일시대에 부산지역이 철도운송의 최종 기점이 되고, 일본쪽 화물운송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와 같은 한일해저터널의 개통은 일본의 반응을 보아가면서 좋은 조건으로 결정할 수 있는 키를 우리나라가 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해저터널의 건설 여부는 국가의 물류유통의 경제적 손익계산서를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고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코마로프 총장이 지난해 말 ‘철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제 세미나’에서 “러시아는 이미 북한에 260명을 파견해 유라시아 횡단 철도건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시키는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얼마나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새로운 국제복합운송의 시대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 30여명의 평양철도대 학생들이 시베리아 교통대에 유학중이다. 한국과도 보다 적극적인 협력관계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인 그의 말은 통일한국의 물류산업전략을 어떻게 펼쳐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연합 에스카프(ESCAP) 주도하에 아시아횡단철도 북부노선과 남부노선이 연결되고 있으며 중국철도를 통하여 북부노선과 남부노선이 종으로 이어져 유라시아횡단철도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포함해 3가닥이 된다. 이들이 연결되더라도 국제철도로서 화물운송에 기여하려면 현재 구라파에서 함부르크항을 중심으로 발달되고 있는 상업적인 국제철도운송체제인 블럭트레인이 발달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대내외적인 환경을 고려할 때 아시아와 유럽 대륙 심지어는 일본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국제복합운송시대의 개막에 대비해 통일물류인력 혹은 동북아 물류 전문인력 양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한의 물류인력을 양성하며, 러시아나 중국의 적절한 환적 철도 기점에 물류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할 때다.

<정일 교수 (목포대 어문학부 중국어문학 전공) mamad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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