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폰 갈등 `고조`

 전날까지만 해도 이해 당사자간에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해결 기미를 보이던 MP3폰 사태가 9일 LG텔레콤의 기습적인 단말기 출시로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8일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음원권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MP3폰 출시 전까지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협의하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직후 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LG텔레콤이 MP3폰(모델명 LP3000) 3000대를 출시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음원권리자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다른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정책 변경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전화기만 출시했을 뿐’=LG텔레콤은 전화기만 미리 출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음원권리자들과 저작권 관련 논의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MP3 파일은 유료나 무료할 것 없이 휴대폰에 전송하지 못하게끔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만간 정보통신부에서 중재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MP3 사용 자체를 막아놓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LP3000’용 관리 프로그램인 ‘사이언 플러스’를 실행하면 그림 전송 등 다른 기능은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MP3 전송을 선택하면 “‘LP3000’의 PC를 통한 MP3 파일 전송은 관련 협회와의 협의를 완료한 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입니다”라고 나온다.

 문제는 편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사이언 플러스’용 040308 프로그램으로는 MP3 파일 전송이 불가능하지만 이전 버전인 040304로는 전송이 가능한 것. 이같은 사실이 다음 카페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LP3000 구입자는 물론 구입예정자까지도 대부분 다운로드한 상태여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책변경 할 수도…’= 음원권리자와의 협상에 나섰던 타사업자들은 LG텔레콤이 기습적으로 MP3폰을 출시함에 따라 일제히 상황파악에 나섰다. 번호이동성 시대에 가입자 유치 및 유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이통사들의 입장으로서는 저작권을 보호하려다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저작권을 다같이 보호한다면 모르겠지만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음악 파일을 돈을 주고 사겠다는 의견이 5% 미만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만 경쟁력을 잃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일단 시장상황을 보면서 서로간에 합리적인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다음 주말쯤 MP3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KTF 관계자도 “이번에 출시될 MP3폰은 기본적으로 무료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없다”면서도 “제조사인 삼성전자에서 무료 MP3 파일을 DRM이 적용된 파일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을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한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음원권리자 단체들은 9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우선 LG텔레콤의 MP3폰이 무료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음원공급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기로 했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윤성우 법무실장은 “음원권리자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겠지만 우선 신곡의 공급을 중단하고 MP3폰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을 넣을 것이다. 이어 LG텔레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도 음원공급 중단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통상 콘텐츠공급자(CP)들에게 음원공급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게 돼 있어 이같은 조치가 행동으로 이어지더라도 모든 음악공급을 중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성우 실장은 이어 “하지만 LG텔레콤을 제외한 타사업자들과는 계속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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