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금융리스크 관리 CB도입 `한목소리`
선진국의 금융리스크 관리시스템인 개인종합신용정보제공업(CB: Credit Bureau)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금융권과 정부의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은 30만원 이상 3개월 연체할 경우 신용불량자로 처리되는 현행 신용불량자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인의 각종 신용거래 내역 및 관련 정보를 수집·평가·가공하는 CB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현재의 획일적인 신용불량자 제도는 문제가 있지만 모럴해저드를 우려,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고 CB 등 개인신용평가 시스템이 활성화하면 중장기적으로 이 제도를 폐지키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재경부는 또 오는 11일 스탠다드차터드은행과 공동으로 ‘2004 국제 크레딧뷰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CB제도 활성화를 모색할 방침이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선진국은 CB가 핵심 인프라= CB는 금융기관 및 비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개인의 신용거래 내역 및 관련 정보를 수집한 후 이를 평가, 가공해 신용정보제공기관 및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개별 금융회사가 CB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해 대출과 카드발급 등 거래승인여부와 한도를 자율결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국민은행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육박하고 소비자 금융수요가 증대함에 따라 소비자 금융시장에서 정확한 신용평가 등 효율적인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CB도입을 통해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내시장 현황= 현재 금융기관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제공하는 불량·연체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대출금 상환실적과 같은 우량정보 등을 통한 정확한 개인신용평가를 실시해야 신용리스크관리는 물론 부실채권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현재 국내 CB시장은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국신용정보 등 2개 업체가 양분하고 있다. 두 업체는 단기연체정보서비스, 식별정보서비스, 대출 및 보증정보서비스, 신용거래이력정보 등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CB가 활성화될 경우 오는 2007년에는 연간 700억∼8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활성화 방안 모색=오는 1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CB콘퍼런스는 “크레딧 뷰로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주제로 최근 신용불량자 급증과 신용카드사 부실 등 신용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에 필요한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해 논의한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글렌 허바드(Glenn Hubbard) 전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나탈리야 밀렌코(Nataliya Mylenco) 세계은행 신용평가시스템 스페셜리스트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250여명의 CB관계자가 참석하며 미국·호주·홍콩 등 해외 각국의 CB시스템 구축 경험도 발표된다.
재경부 은행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선 신용여유가 있는 사람도 쉽사리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어 선진 CB의 도입이 시급하다”며 “이번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결과를 토대로 국내 CB시장 활성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