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공계 어떻게 살릴까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는 이공계 연구원들에게도 구조조정의 한파는 예외없이 닥쳤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공계 과기연구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그 어느정부보다도 높다는 점일 것이다. 과기계 종사자들에게 IMF사태 이래 최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차원의 이공계 대학진학에 대한 관심도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고 이공계 연구원에 대한 격려와 사기진작책도 쏟아지고 있다.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기보좌관과 오명 과기부장관의 연이은 과학기술직 연구원에 대한 격려와 일련의 조치는 과기연구 종사자들의 박수를 받을 만 하다.

특히 관심끄는 대목은 ‘연구소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했을 경우 전체 비용 가운데 인건비가 30%를 넘지 못한다’는 이른바 ‘30%규정’을 바꾸겠다는 두 과기정책 핵심인물의 발언이다.

이 대목에 이르면 과기계 연구직 종사자들은 환호성을 칠 만 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주 대덕연구단지에서 있었던 과기노조의 비정규직 처우수준 발표는 이를 잘 말해준다.

총 1만6000명이 근무하는 대덕연구단지에 석박사를 포함한 연구직 인력가운데 임시직, 즉 비정규직이 약 40%에 이른다.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임금을 보자. 박사졸업자 평균 170만원, 석사졸업자 평균 156만원.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임금은 212만원이다.

물론 이들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업무 성과는 각인각색이라 할 수 있다. 그럴지라도 이들 모두가 그처럼 낮은 평균임금을 받을 만한 저급한 연구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이미 항우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위성 1호(우리별 4호)를 만든 팀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다. 40여명 연구원 가운데 2명만이 정규인력이었고 나머지는 KAIST소속의 비정규직이었다.

발사 성공 이전인 2002년 당시. 홍창선 KAIST원장은 이들 우수연구인력 5명에 대해 정규인력으로 채용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리한 인력충원’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2001년. 오길록 ETRI원장은 당시 소위 ‘5대 대형과제’에 참여할 연구인력 충원을 위해 100여명의 연구원들을 뽑았다. 하지만 이사회로부터 “기획예산처에서 할당한 연간 증원인력을 넘어선 인력채용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까지 받았다.

연구원의 사기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정부다.

IMF사태 이후 정부는 출연연구원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물론 명퇴방식의 드러나지 않는 완만한 방식이었지만 충격은 컸다. 자리에 불안을 느낀 약 20%에 해당하는 명퇴자들은 대거 벤처창업전선에 나서게 됐고, 이 흐름속에 너나 할 것없이 많은 유능한 연구원들도 휩쓸렸다.

IMF사태 7년 만인 이제 참여정부는 뒤늦게 과기인력만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는 원동력임을 깨닫고 연구인력 사기진작에 나섰다.

하지만 비정규직 인력문제 해결없이는 과기입국, 이공계 살리기는 헛구호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유야 어쨋든 그 어렵다는 공대공부를 마치고서도 근로자 평균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는 직업을 기꺼이 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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