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역혁신협의회 감투싸움

 요즘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지역혁신협의회가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지역혁신협의회는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일종의 지자체와 민간 협력을 위한 기구이다. 지난해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협의회는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역 특화 전략산업 발굴 및 추진에 중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광주광역시·전남도·전북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벌써부터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

지역별로 대략 5개 분과위원회 80여명의 협의회 위원을 선정하면서 특정 기관별 나눠먹기식이라든지, 일부 편향된 계층의 독점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시·도지사와 대학총장 등 각급 기관장을 비롯한 언론사 사장, 시의회 의장, 시민단체 대표 등을 구색 맞추기식으로 짜맞춰 넣다 보니 정작 산업계 인사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혁신’ 또는 ‘특화산업’하고는 거리가 멀거나 전문성을 검증받지 못한 사람들조차 기를 쓰고 협의회에 참여했다는 뒷말까지 무성하다. 광주지역 업계 관계자는 “협의회 위원 상당수를 각 지역기관의 대표자로 고루 안배한 느낌”이라며 “이러한 협의회가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을 제대로 해 낼지 의문”이라며 우려했다.

이들의 속내는 뭘까. 정부가 5조원이라는 균형발전 특별회계와 각 정부부처 사업예산을 지역혁신협의회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점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으로 협의회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사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것이란 게 그들의 계산된 행보라는 해석으로 비쳐지고 있다.

한 벤처업체 사장은 “협의회에 예산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거나 권력기구의 감투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참여했다면 ‘옥상옥’ 노릇에 머물 것”이라며 “협의회의 성격과 역할 규명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각 지역협의회가 제출한 지역혁신발전 5개년을 토대로 내년부터 예산지원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국가균형발전시대를 열기 위한 각 지역에 대한 예산지원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의 혁신과 발전의 초석을 다질 기구가 제대로 구성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게 일의 순서일 터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