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IT산업은 현재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수출도 반도체, 휴대폰 등 일부 주력산업만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올해 들어 환율문제, 원자재 가격상승 등 불안요인이 나타나 안심할 수 없는 처지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기업들을 빨아들이던 중국은 어느새 IT부문까지 우리를 위협하는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 기업이 직접 첨단기술을 확보한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우리 기업까지 사들이는 등 우리와 기술 격차를 갈수록 줄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무기로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으나 무한한 시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기술 성장세를 고려할 때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기술, 원천기술을 갖고 있지 못할 때에는 선진국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뒤지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그만큼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이 산적한 난제를 지혜롭고 능동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IT리더들일 것이다.
IT가 지식정보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산업이라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에겐 IT산업에 국가의 미래와 존망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IT산업의 발전을 통하여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야심만만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첨단 신성장 동력에 대한 집중 투자로 세계적인 첨단 IT산업 국가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 국민에게도 그 과실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어 주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정보통신부는 올 한 해 IT생산 240조원, 수출 700억 달러 달성, 일자리 5만개 창출을 목표로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007년에는 IT생산 380조원, 수출 1100억 달러, 일자리 27만개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희망 찬 밑그림도 마련해 놓고 있다.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대감에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세계 IT시장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속속 터져 나와 그동안 얼어붙었던 국내 IT시장에도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해 준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희망을 단순한 희망이 아닌, 꿈과 바람을 ‘IT경기 활성화’ 라는 현실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IT산업의 선봉장인 리더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IT리더들의 정확한 상황논리와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
중국의 뛰어난 지도자인 당 태종(太宗)은 ‘지도자의 마음가짐은 의사와 같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또 다양한 증상에 따른 여러 질병을 꾸준하게 연구하고 그에 대한 예방책을 준비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IT리더들도 바로 의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IT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익혀온 경험과 지식은 현안을 논의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아픔을 함께 하고, 상처에 대한 진단과 치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미리 발견했으면 치유할 수도 있었던 IT부문의 환부를 혹시 키운 것은 아닌가 한번쯤 진지하게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시정은 물론이고 현재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주저할 시간은 없다. 빠른 결단과 신속한 행동만이 IT산업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불확실성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진정한 IT리더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윤동윤 (한국복지정보통신협의회 이사장·한국IT리더스포럼 회장)dyyoon06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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