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LG엔시스와 이파워게이트의 대표와 실무자 서너명이 점심 자리를 빌어 기상청 슈퍼컴퓨터 2호기 도입 프로젝트에 공동 대응하는 협약을 맺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행사는 떠들석한 기자 간담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동 비즈니스에 대한 각오와 격려 그리고 상호 최선의 협력을 다짐하는 환담이 오가는 조용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자리는 국내 업체들이 넘보기 어려운 슈퍼컴퓨터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공유됐다.
LG전자 사업부에서 계열사로 분사한 지 3년째를 맞는 LG엔시스는 3700억원 매출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이파워게이트는 국내에서 클러스터 기반의 랜더링 서비스라는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시장에 발을 내딘지 4년째를 맞는 벤처 기업이다.
이런 두 기업의 만남은 슈퍼컴퓨터 프로젝트는 어느 한 기업 혼자만의 힘만으로는 안된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결과겠지만 협력을 결정한 이후 양사가 느끼는 보람은 그 이상인 듯 하다.
“슈퍼컴퓨터만 클러스터 하겠습니까. 이제는 양사가 클러스터로 묶이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지요.” 박계현 LG엔시스 대표는 대기업 다운 면모로 벤처에 대한 협력 자세를 보인다. 배영주 이파워게이트 대표 역시 “새로운 기술을 알리고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겠다”는 벤처 기업의 의지를 밝힌다.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슈퍼컴퓨터의 정통파인 벡터 진영의 NEC나 크레이, 이들을 위협하는 HP나 IBM 같은 유닉스 진영의 틈새에서 국내 업체들의 도전은 무모할 수 있다. 세간에서는 어림잡아도 수천여개의 CPU가 연결되는 클러스터링 슈퍼컴퓨터가 국내 업체들의 손에 의해 구축될 것인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도전의식 만큼이나 목적과 새로운 기회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이들의 모습은 IT 강국 코리아의 한 축을 기꺼이 담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코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들여 사업을 준비하는 양사가 심적 부담을 뒤로 하고 정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컴퓨터산업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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