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코리안 인베이전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 4명의 더벅머리 영국 청년들이 미국 케네디 공항에 내린 1964년 2월 7일은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 한 획이 그어진 날로 기록된다. 이틀 뒤 이들은 7300만명의 미국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CBS TV의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해 ‘아이 워나 홀드 유어 핸드(I Wanna Hold Your Hand)’를 부른다. 세계 팝음악 평론가들이 이름붙인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영화들이 바야흐로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을 준비하고 있다. “춘사 나운규 선생의 ‘아리랑’ 이후 이어진 한국 영화의 힘”이라는 평가 속에 우리 영화들이 그동안 ‘마의 벽’으로 여겨져 온 관객 1000만 고지를 뛰어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 ‘사마리아’가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영화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박차고 나섰다. ‘실미도’도 마찬가지고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지난 99년 ‘쉬리’를 기점으로 우리 영화의 팽창세가 맹렬하다. 관객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다간 1000만명이 들지 않은 영화는 영화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두려운 생각도 드는 게 우리 대중문화계 풍토다. 최근의 성과 덕분인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일본 문화 개방에 따른 우리 대중문화 궤멸을 두려워 하던 주장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우리 영화의 일본, 나아가 미국으로 진출을 놓고 희희낙락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몇 편의 흥행대박과 영화제 수상으로 우리 영화의 세계 시장 ‘접수’가 곧 실현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영화에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최근의 흥행작들을 보면서 오히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인식과 함께 ‘이른 샴페인 축배’의 교훈이 영화계에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허의원 경제과학부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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