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e재팬의 희망`

 이달 초 일본 정부 산하 IT전략본부(본부장: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가 ‘e재팬 2’의 실행 계획인 ‘e재팬 가속화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지난 2001년부터 추진해 온 ‘e재팬’에 대한 일본 안팎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

 특히 국내 IT 관련 단체나 기업들은 향후 e재팬 구상이 일본 사회에 어떠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올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그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를 어떻게 하면 ‘e재팬’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고민중이다.

 이번에 발표된 ‘e재팬 가속화 패키지’는 병원 처방전 전자 문서화, IC카드 내장형 여권 도입, e문서법 제정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고 있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공무원 급여의 온라인 입금 처리 같은 류의 정보화 프로젝트가 ‘e재팬’ 계획중 하나로 잡혀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e재팬’의 갈 길이 진짜 멀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찌되었든 ‘e재팬’ 구상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전자정부와 전자자치체 구현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일본은 이의 일환으로 작년 8월 ‘주민기본대장 네트워크시스템’의 본 가동에 들어갔으며 국세전자 신고 및 납세 시스템,전자서명 방식의 온라인 행정(공적 개인 인증), 전자투표 시범 운영 등 각종 전자정부 서비스를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e재팬’ 구상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전자정부와 전자자치체 사업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꼭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자정부 및 전자자치체 사업의 실질적 수혜자가 정부나 국민이 아니라 NTT그룹,후지쓰, NEC,히타치 등 독과점 체제에 익숙한 SI 4인방이란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다.

‘SI업계의 제네콘(종합 건설회사)’이라는 별칭으로 통하는 이들 4인방은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전자정부 및 전자 자치체 프로젝트에 직접 또는 계열사를 통해 참여, 시장을 사실상 독식해 왔다. 이들 IT업체들은 1엔 입찰도 불사하지만 일단 수주에 성공하기만 하면 계속 사업을 고가에 수주하거나 고액의 유지 보수료를 책정해 적자분을 보충하곤 한다.

 여기에 일본은 특유의 운영체계와 응용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메인프레임’ 의식이 강한 나라다. 이 때문에 한번 정보 시스템을 설치한 곳에 다른 기업들이 발을 붙이기란 결코 쉽지않다. 하지만 최근 ‘e재팬’ 사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보도다. 변화의 주체는 나가사키, 호카이도, 시가, 후꾸오카현 등 지방 자치단체.이들 지자체들은 기존의 IT프로젝트 구축 관행을 과감히 타파하면서 ‘e재팬’에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나가사키현은 지방의 중소업체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대형 IT프로젝트를 분할해 발주하는가 하면 개발비가 적은 오픈소스를 활용토록 권장하고 있다. 또 현이 보유하고 있는 SW 저작권을 중소업체에 무상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호까이도,후꾸오카현 등도 타 자치단체와 협력해 보다 개방된 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텃새에도 불구하고 삼성SDS가 지자체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같은 지자체의 움직임과 관련해 구 통산성 전자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면서 ‘e재팬’의 청사진을 제시해 한때 ‘미스터 전자정부’로 불렸던 야스노베신(安延申)씨는 이제 중앙 정부가 지방 자치단체로 부터 배워야 할 때라며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다. 최근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e재팬’ 사업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우리 자치 단체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새삼 궁금해진다.

<장길수 국제기획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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