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사이버환경부담금?

 결국 중단된 ‘이승연 누드’ 프로젝트는 미디어로서 인터넷의 위력을 재삼 실감한 사건이었다. ‘MSN메신저’가 잠깐만 다운돼도 650만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다는 얘기는 차라리 약과다.

인터넷이용자가 물경 3000만 명인 시대이다. 인터넷 없이 보통 시민들의 일상이 단 하루라도 견뎌낼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은 이제 그야말로 웃기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은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의 발목을 잡거나 손목을 끄는 괴물로 다가와 버린 것이다.

이런 때에 나타난 ‘인터넷 괴물’ 가운데 단연 으뜸이 커뮤니티이다. 한 유명 인터넷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라는 커뮤니티에 가보면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는 우선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기업인,얼짱,몸짱 등 요즘 대한민국에서 한다하는 인물들의 팬클럽은 죄다 몰려있다. 하다 못해 ‘잠잘 때 이를 가는 사람들의 모임’, ‘xx초등학교 2학년4반 3번줄 모임’ 같은 것도 있다.

 이런 커뮤니티는 이 포털에서만 무려 370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개별 회원수도 적게는 10명 미만인 곳도 있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곳은 10만을 훌쩍 넘는다. 하루동안에 평균 1만개씩 커뮤니티가 새로 만들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게다가 요즘에는 다른 인터넷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 500만개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 위력도 대단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별 반응이 없던 사건이나 인물도 그곳에 게시되면 단방에 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갖가지 대중매체에 호소해도 꿈쩍 않던 자동차회사가 커뮤니티를 만들자, 비로소 리콜에 응했다는 얘기는 이제 화제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런 위력을 기업들은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정당들은 여론정치에 이용한다. 개인들은 자신의 활동영역이나 지적 능력을 넓히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참여를 반기고 있다. 이웃돕기, 금연, 구인구인, 다이어트, 여행, 물물교환과 같은 커뮤니티들이 인기가 있는 것은 이런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커뮤니티들의 반사회적 속성이다. 갈수록 극악해지고 있는 매매춘,가정파괴,성문란,자살,살인청부,절도,장기매매와 같은 사건들의 진원지가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매춘 상대와 살인청부업자를 고르고 가정파괴범과의 채팅이 이뤄지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불법이기에 앞서 엄연한 반사회적 반인륜적 행위들이 집결되는 곳이지만 사회적인 제제나 견제 장치는 아직 마땅한게 없다.

모든 사회적 기능이나 실체는 동전처럼 서로 다른 양면적 성격이 있기 마련이다. 백화점은 편리하고 안전한 상품 구매환경을 제공하지만 다른 편에서 보면 엄청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곤 한다.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도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나 환경오염의 주범의 성격을 안고 있다. 바로 이런 부정적 측면을 예방하고 다스리기 위해 사회적으로 합의한 장치가 법과 제도이다.

 도심의 백화점들에게는 교통부담금을 지우고 자동차 제조회사나 운전자에게는 엄격한 제도적 틀을 씌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인터넷기업들에게 무슨 ‘사이버환경부담금’같은 것을 지우자는 얘기는 아니다. 인터넷의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해지고 있는 만큼 이에따른 책임과 의무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당장 법의 틀을 씌우기보다는 기업들의 자정 의무의 실천을 기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이런 자정기능이야말로 자유의지에 의해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이다. 또 세계 최고라는 우리 인터넷 수준이 다음단계로의 발전하는 데도 꼭 필요한 터이다. 인터넷기업들의 자유의지가 무엇보다도 절실할 때이다.

<서현진 디지털문화부장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