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과학기술의 제조원가

유기체와 같은 사회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퇴화한다는 역사적 진실을 전제로, 우리 나라의 기업과 기술 경쟁력에 몇 가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 아니면 과학기술은 정말 가치를 창출하기나 하는 것인가? 과학 기술자들은 제조업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개별 기술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지만 개별 기술이 제조원가 계산을 통해 어떻게 표준화되어 있으며 우리 경제에 투영되어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조 원가는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재료비·노무비·경비의 합계액을 말한다. 이 경비 중에 특허권 사용료·기술료 및 연구활동비를 계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외부에 지급되는 비용을 말하며 세법(법인세법상의 시험연구비)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상한다. 즉 특허나 조직화된 지적 재산은 창의적 산출물임에도 불구하고 제조 원가의 비용, 혹은 가치로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제조원가상에서 보면 과학 기술자들은 제품의 생산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우리나라 특허법 39조에는 연구원들의 발명을 직무발명으로 이해한다. 직무발명이란 종업원 등이 그 직무에 관해 발명한 것이 성질상 사용자 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이하 사용자 등 이라 한다)의 업무 범위에 속하고,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 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특허 출원 10만2010건 중에서 직무발명 출원건수는 총출원의 76.6%인 7만8127건이었다.이들은 모두 특허법 40조에서 따라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규정받고 있다. 그러나 2001년 노동부의 직무발명 보상조사에서 조사대상 1565개 기업 중 실적보상을 하고 있는 기업은 총 87개(5.6%)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특허보상에 대한 연구원들의 기대는 무엇일까? 한 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시장가치 보상을 희망하는 사람 보다 펠로우나 승진의 자료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가치 보상이나 경쟁 보다는 승진이나 직업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 결과 좋은 결과를 낸 연구원은 승진을 하고 연구현장을 떠나 관리자가 되고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가는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연구원이라는 직종은 가능하면 빨리 탈출하고 싶은 집단이 되고 기술력의 축적이나 수준은 낮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비용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우리와 기업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변신은 놀랄만 하다.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사이 일본은 지난해 봄 전격적으로 특허 사법개혁을 단행했다.

도쿄 지방법원이 청색 발광 다이오드를 발명했던 니찌아 화학에 근무하였던 미 캘리포니아 대학의 나카무라 슈지교수에게 사상 최고인 2백억엔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그가 직무발명 대가로 받은 보상은 2만엔에 불과했고 그런 일본식 시스템에 실망해 일본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화젯거리가 되었었다. 이번 사건은 창의적 연구활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환영하는가 하면 지나친 보상은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라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구미 기업들을 이기려면 사내 발명자에 대한 보상시스템을 시급히 정비하여 수익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원천기술에 대해선 제대로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다.

미국 벤처기업 중에는 매년 매출액의 20%까지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직원의 채용시에 약속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직무발명의 실체를 이해하고 과학기술의 가치를 인정하는 제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술분쟁이 점점 증가할 것이다. 우리 나라도 제조원가 등을 규정하는 세법을 고쳐 기술료 보상(Royalty bonus)의 배분을 인정해야 한다.

◆ 김종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공학과 교수 jdki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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