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번호이동성에 대한 제언

 이동통신 고객의 주권을 회복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던 번호이동성이 도입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30만명의 고객이 사용하던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비스 회사를 옮겼다. 기대가 많았던 제도였기 때문에 평가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동통신업계에 평생을 몸담아 온 눈으로 볼 때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 1개월을 돌아 보면 아쉬운 점도 많고 지적하고 싶은 일도 많다.

 무엇보다 번호이동에 대한 제약이 해소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둘수 있을 것이다.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번호를 바꿔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서비스를 사용했던 고객이 상당수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번호이동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고객은 선택의 기회를 갖게 되었고 필요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 회사를 본인의 판단 아래 옮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1개월 동안 번호 이동한 고객이 이동통신 전체 고객의 1%에 채 못미치는 30만명이라고 하더라도, 이 고객들이 번호이동을 선택하고 새로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본다는 것 자체가 비교와 경쟁 활성화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고객들의 평가와 구전을 통해 번호이동의 확산 여부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에 이통 사업자들은 양질의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고 이는 고객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것임에 틀림없다.

 초기에 다소 불안정했던 번호이동 처리 시스템도 안정되어 이제는 30분 내에 모든 처리가 완료되고 있다. 번호이동성을 도입하고 있는 세계 19개국 중 가장 처리시간이 빠른 호주도 2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호이동에 대한 고객 선택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 있다. 예를 들면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의 방치 문제다. 현재는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의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할 경우 휴대폰을 교체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이전 휴대폰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방치되고 이른바 ‘장롱폰‘이 되어 버린다. 국가적으로 볼 때 상당한 자원 낭비가 초래되는 것이다.

 현행 약관상 이동통신 사업자가 자사의 고객이 사용하던 휴대폰에 대해서는 보상 판매를 해 줄 수 있으나, 타사 고객에 대해서는 이것이 허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번호이동 고객에 대한 중고폰 보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번호이동 고객에게 중고폰 보상을 허용한다면, 중고폰의 방치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휴대폰 구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다소 줄여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번호이동 고객의 편익 증대와 자원 재활용을 위해 정책 지원이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업자도 회수한 중고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복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번호이동 고객이 새로운 서비스를 불편 없이 사용하게 하는 것도 사업자의 사명이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통화 환경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적응이 필요하므로 사업자는 번호이동 고객에게 충분한 안내와 상담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제까지 시행되었던 번호이동 실태를 정확히 분석하여 고객 불편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개선하고 방지하는 배전의 노력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여 고객의 번호이동을 방해하는 불공정 마케팅이 분명히 지양되고 근절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번호이동성은 한시적인 제도가 아닌, 영구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보다 먼저 번호이동성을 도입한 국가들도 제도를 어떻게 활성화하느냐에 따라 고객 편익이 증대된 경우도 있고 유명무실해진 경우도 있다.

 공정한 경쟁의 틀 안에서 사업자는 요금, 통화품질, CS 등 본원적인 서비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소비자는 불편 없이 자신의 번호를 유지하고 소신대로 서비스를 선택하여 향유하는 토대야말로 번호이동 제도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 이해동 KTF 대전마케팅본부장 hdlee@kt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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