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중국 시장 진출의 지혜

 1941년 12월 8일 일본 해군의 함재기 ‘제로센’은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국 함정들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독립전쟁 이래 자국 영토가 외국에 공격당한 첫 케이스로 미국인은 커다란 충격과 경악에 빠졌다. 당시 미 해군은 전함 4척이 침몰하고, 4척이 대손상을 입어 결과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이 끝난 후 일본 연합 함대는 ‘도라 도라 도라’라는 승전 암호를 대본영으로 날렸고 이 소식에 일본 열도는 축제 분위기로 끓어 올랐다.

 그런데 일본 해군의 진주만 공격은 과연 성공적이었던가? 물론 진주만 공격이라는 단기적인 전투로만 보면 일본 해군은 대승을 거두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태평양전쟁과 2차세계대전이라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본 해군은 성공은 커녕 패배를 촉발한 전투였다고 볼 수 있다. 진주만 공격은 미국인의 대일 적대감을 증폭시켜 미국이 전통적인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2차대전에 참전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또 진주만 공격은 전선을 확대시킴으로 인해 일본군의 전력소모를 촉진했고 결과적으로 2차대전에서의 패배를 앞당겼던 것이다.

 일본 해군에 의한 진주만 공격의 교훈은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 온라인게임사의 진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중국 시장의 60% 이상을 한국게임이 지배하고 있고 아직 중국 게임사와의 기술격차는 크다. 하지만 이런 ‘초반 전투’에서의 승리가 지속적인 경쟁우위와 시장 지배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게임업체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은 중국 정부와 게임업체, 사용자 등 중국인의 깊은 반감이다. 해외 비즈니스의 기본은 해당 국가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아니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반감이나 적대감을 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재작년 브리지스톤의 타이어에 아랍어로 알라신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호가 들어가 아랍권 전체의 타이어를 회수한 소동을 상기해 보라. 중국인의 반감이 단지 한국게임의 시장 지배 때문만은 아니다.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관계자와 게임업체는 “한국 게임업체가 장기적인 상호이익보다는 단기이익의 추구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샨다와 액토즈의 분쟁 역시 문제의 원인을 떠나 중국인의 민족주의 감정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됐다.

 중국 게임업체의 자체 게임개발에 대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려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중국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게임개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바게닝 파워 (교섭력) 에서 한국 게임업체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중국 게임업체들은 서버와 네트워크 기술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어 향후 한중 기업의 게임 공동개발에서 역할 분담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중국 퍼블리셔의 한국개발업체 M&A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활동을 볼 때 3∼4년 이내에 한국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상당 부분 상실될 것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중국 시장에 잠재된 위협에 정부도, 게임관련 협회도, 개별 기업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전략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이 세 주체는 어떻게 단기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의 관점이 아닌 중국사회에 어떤 공헌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그리고 한국의 게임협회가 함께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중국내 중소도시의 학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게임을 활용한 교육 (무료 PC교육, 교육용 게임프로그램 제공, 게임 중독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 등) 을 실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헌을 통해서만 중국 사회의 한국게임사에 대한 반감은 호감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서비스는 자동차나 핸드폰 수출과 다르다. 한번 제품을 팔고 AS 정도만 하면 되는 공산품에 비해 게임은 서비스 시작에서 종료하는 그 순간까지 최종소비자와 하루에도 몇시간씩 커뮤니케이션을 반복해야 하는 상품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한국산 게임은 한국에서 개발되었지만 중국 시장에 진입한 그 순간부터 중국 게임, 중국인을 위한 게임으로 진화해야 하는 것이다.

 ◆ 위정현 중앙대 상경학부 교수·컨텐츠경영연구소 소장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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