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O 파워, `경영주역` 떠올라

"기업 살길은 기술뿐"…삼성·LG 등 CTO 적극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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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이끈다!’

 재계에 CTO가 화두다.

 CTO(Chief Technology Officer)는 단일 기업, 크게는 그룹 전체의 기술과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임원. 기술은 개발자가 맡고 결정은 CEO(최고경영자)가 담당해 온 과거와 달리 이제는 CTO가 기술 관련 기획 및 개발, 관리 심지어 인사 등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시대가 됐다.

 연구소, 또는 개발부에서 기술개발에만 전념했던 장인(匠人)들이 CEO(최고경영자)·CFO(최고재무책임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업을 이끄는 새로운 좌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에서 CTO의 부상은 최근 부쩍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작년 말 임원인사에서 윤종용 부회장을 포함, 계열사 사장들이 겸직했던 CTO직에 임형규 사장을 전담으로 앉혔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세계 1등 제품 확대 전략을 위해 1등 제품 개발에만 전념시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코오롱그룹과 효성그룹도 최근 임원인사에서 CTO 직제를 신설했다. 작년 11월 (주)코오롱의 조정호 사장을 그룹 CTO로 발령한 코오롱그룹은 그를 통해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코오롱 관계자는 “최근 신규사업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도 기술은 빠지지 않는다”며 “CTO가 기술의 방향을 그려주고 또한 각 계열사별 기술개발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효성그룹은 가장 중요한 분야중 하나인 섬유PG에 기술자 출신의 총괄임원을 CTO로 임명했다.

 LG그룹의 경우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CTO 직제를 신설해 운영, 디지털TV의 아버지인 백우현 사장(LG전자)를 비롯해 여종기 기술연구원장(LG화학), 부디만 사스트라 부사장(LG필립스LCD) 등 3명의 CTO로 하여금 각 계열사의 기술을 총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CTO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한 기업의 움직임은 정부까지 움직였다.

 정통부는 지난해 11월 ‘IT CTO클럽’을 결성, 디지털 관련 주무부서답게 순발력을 과시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비롯한 김우식 KT기술본부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등 민관 전문가 25명이 참석했다. 정통부는 CTO클럽이 정부의 IT정책 추진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 김광수 서기관은 “기업에서 CTO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업의 기술개발 관련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호협력을 돈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IT CTO클럽’과 별도로 관심을 끄는 조직은 이미 지난 96년부터 운영되어 오던 CTO클럽.

 정부내 CTO 뿐만 아니라 기업 CTO 역할을 맡고 있는 임원 40여명이 회원으로 맹활약 중이다.

 전문가들은 CTO의 부각이 한동안 유행처럼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10명이 안되는 CTO 전임 임원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면서 기업들 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기술간 컨버전스가 일어나면서 CTO가 CEO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경향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나타날 것”이며 “CEO가 기술자일 경우 별도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것이며 또 전문경영인이라면 CTO를 영입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