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여타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주는 디지털경제의 핵심산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벤처 열풍에 힘입어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탄생했고 일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은 외국의 거대기업들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각고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정부도 기술개발 지원, 해외 시장진출 지원, 공공부문 구매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이중 해외시장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내 공공구매 정책에 관한 것이다.
기술개발이나 해외마케팅은 개별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및 제품의 특수성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정부구매는 우리 소프트웨어기업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레퍼런스를 제공해 주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몸집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는 차원에서 아주 중요하다.
공공구매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해야할 일 중 두 가지 만을 제한하고 싶다. 우선, 공공부문 구매시 국산제품 구매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특정 정보화사업에서 "중추신경이 될 주요 소프트웨어가 거의 외산 소프트웨어로 채 “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담당 공무원은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우리의 경제체제 속에서 공공구매도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본주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조차도 1933년에 미국상품우선구매법 (Buy American Act)을 제정하고 연방정부기관들이 공공 목적의 물품을 구매할 경우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일본에서 일본 IT제품들이 시장 점유율면에서 외국산을 앞서고 있는 것도 공공부문의 구매관행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WTO 정부조달협정때문에 국산 제품에 특혜를 주기가 어렵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미국상품우선구매법도 WTO 정부조달협정 발효 이후부터는 건당 1억원 이하의 구매에 한해 시행하고 있는 점을 참고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시행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정상적인 구매가격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정보통신부는 그동안 지탄을 받아왔던 `최저가낙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협상에의한 계약체결방법`을 소프트웨어 구매시 우선적용 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국가계약법시행령`을 개정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개선 이후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매입찰 건중 7할 이상이 최저가낙찰방식으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개선된 제도를 공무원 스스로 조기에 이행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차원의 조치가 아쉽다.
대형 시스템통합업체들의 가격책정권한을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라도 축소할 수 있는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제품선정 권한을 이윤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대형 시스템통합업체에 위임해서는 제값받기가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 공공기관의 무리한 가격조건 때문에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이 우리기업 경영자들 입에서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할 일에 대해 몇가지 지적했지만 모든일이 그렇듯이 이 문제도 시기가 중요하다. 정부 담당부처에서 제도적 장치마련을 서두르는 한편, 새로운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각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구매책임자를 대상으로 국산제품 구매확대 및 가격보장에 대한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부가 조금 더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 주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분명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중에서도 세계 굴지의 IT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스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미국 법인장 kmlee@tmax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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