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신용카드 리볼빙제도 빨리 정착되길

　최근 카드업계에 신용카드 사용액을 장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리볼빙’(회전결제)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리볼빙 제도는 종전의 일시납 제도와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는 현금 서비스를 받거나 신용구매를 한 카드 이용자들은 다음달에 결제대금을 모두 갚아야 했다. 반면에 리볼링제의 경우 서비스를 받은 다음 첫달에는 원금의 3∼5%만 갚고, 나머지는 개별 계약을 맺어 사정이 되는 대로 갚아나가면 되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결제대금이 200만원이라면, 우선 10만원만 갚고 나머지 190만원은 현금서비스 이율보다 2∼3%포인트쯤 높은 가산금리를 물면서 1년∼3년간 장기로 분할납부하면 되는 방식이다.

물론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산금리가 높아지기는 하지만, 카드 고객들은 결제대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고객들로서는 상여금이 나오는 2개월이나 3개월에 한 번씩 일정 금액을 갚아감으로써 자금 압박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연체자 등 신용불량자 발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리볼빙 제도는 이러한 이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시납 관행에 밀려 적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 카드회사들이 리볼링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은 카드대금 상환기간을 늘려 불필요한 연체를 줄임으로써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알려지고 있다. 카드회사로서는 카드고객들의 대출기간이 늘어나서 매달 원리금을 받는 것이 지금의 일시납보다 수익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볼링 제도의 장점을 고려하더라도, 카드회사들의 자금 조달과 신용평가 방식을 개선하지 않고서 리볼링 제도를 섣부르게 도입할 경우 부작용만 키울 것이란 지적도 많이 있는 실정이다.

　현재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 상당수가 한계채무자인데, 특정 카드회사가 먼저 리볼빙 제도를 시행할 경우 불량회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높다. 그럴 경우 특정 카드회사는 상당한 부실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리볼빙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현재 단기 차입 중심으로 돼 있는 카드업계의 자금 조달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년 안팎으로 돼 있는 단기 차입 구조를 3년 이상의 채권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인데 모쪼록 리볼빙 제도가 제대로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미옥 서울시 강서구 내발산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