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의 최고 사령탑이 바뀌었다. 한국IBM은 신재철 사장의 퇴임 배경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이유를 안다. 지난해 말 불거진 납품 비리의 후 폭풍이 사령탑 교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될 셈이다.
사실 한국IBM의 납품 비리가 터질 때부터 그 불똥이 어느선까지 확대될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무리 자존심이 강한 IBM이지만 신 전 사장의 경력과 공적을 감안하면 최악의 카드만은 비켜갈 것이란 예측도 없지 않았다.
신 전 사장은 지난 73년 입사해 한국IBM에서만 31년의 세월을 보냈다. 96년 11월부터는 사장직을 맡아 한국IBM을 매출 1조원대 기업으로 키워 냈다. 다국적 기업에서는 드물게 7년여 동안 사령탑을 맡으면서 성공한 IT 기업인으로 존경을 받아 왔다.
미국 본사도 그의 경력과 기여도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투명 경영과 윤리를 강조하는 IBM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무엇보다도 투명기업임을 자부해왔던 IBM으로서 설령 부하 직원의 잘못이더라도 수백억원대의 일찰 부정과 뇌물 수수로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 CEO를 그대로 둘 수 없었던 것 같다.
다국적 기업의 내정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흐트러진 군령을 세우기 위해 마속에게 참형을 내린 제갈량의 읍참마속과 같은 결단이라는데 표를 던지고 싶다.
신 사장의 퇴임과 토니 로메로 사장의 취임으로 한국IBM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로메로 사장 체제의 한국IBM은 무엇보다도 납품비리에 따른 휴유증을 털어 내는 과제를 안게됐다. 고객은 물론 업계에 재발 방지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약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직원들의 손상된 자존심도 회복해 줘야 할 것이다.
한국IBM이 조만간 대규모 인사와 채널개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니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통 관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렇게 해야 낙마한 신 사장과 같은 희생양이 또 다시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떠나가는 신 사장의 명예도 조금은 회복될 것이다.
<이창희 컴퓨터산업부 차장 changhlee@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톡] 국가AI컴퓨팅센터 '교착'
-
2
[인사] 한국연구재단
-
3
[조현래의 콘텐츠 脈] 〈4〉K콘텐츠 글로벌 확산, 문화 감수성과 콘텐츠 리터러시
-
4
[ET단상] AI 실증의 순환 함정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진화로
-
5
[부음]신수현 GNS매니지먼트 대표 부친상
-
6
[기고] '투명한 재앙' 물류센터 '비닐 랩' 걷어내야 할 때
-
7
[전문가기고] SMR 특별법 통과, 승부는 '적기 공급'에서 난다
-
8
[부음] 이영재(한국거래소 코넥스시장운영팀장)씨 별세
-
9
[부음] 주성식(아시아투데이 부국장·전국부장)씨 모친상
-
10
[부음] 최윤범(프로야구 전 해태 타이거즈 단장)씨 별세
브랜드 뉴스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