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국토연구원의 조사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가운데 75%에 달하는 업체들이 공장설비를 해외투자로 전환하거나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나 이중 80% 이상이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제조업공동화’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40%에 달하는 한국의 경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노동생산성 하락은 중소제조업체들의 동남아시아와 중국으로의 공장이전을 가속화시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하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기반마저 흔들리게 한다.
오늘날 기업들에게 제조현장의 생산성은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과거에는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제조현장의 정확한 데이터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반영되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졌다.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에 제품 출시기한 단축, 공정 산출량 증가, 논스톱 운영 등에 관한 제조 현장의 정확한 정보는 이제 의사결정시 필수 불가결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최근 새로운 차세대 성장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생산라인에 IT를 접목시키는 이른바 ‘e매뉴팩처링’이다.
e매뉴팩처링은 회사, 생산 현장, 공급 체인망 전반에 걸친 모든 구성요소를 하나의 완벽한 통신라인 안에서 수직, 수평 라인으로 연결해준다. 즉 경영층의 신제품전략, 제품개발 등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구매, 조달, 생산관리, 서비스에 이르는 생산 단계에 이르는 전 부문이 지식 프로세스 측면에서 통합되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한 중견 식품회사는 생산현장에 구축된 ERP시스템을 IT와 연동시켜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한 뒤 △기존의 출하시간 △포장식품 제조 기준 △포장 및 밀봉관리 기준 등에 드는 생산성이 10% 증가했고, 유지 보수비는 15% 감소했다. 결국 이 기업은 생산성이 높아져 투자대비수익률(ROI)은 증대되고 소비자에게 더욱 신선한 식품을 제공하게 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업체인 코닉시스템즈는 지난해 제조장비의 배선을 절반으로 줄여 설치시간을 70% 절감시켰다. 강원도 강릉시의 영동화력발전소 역시 최근 발전 가동률이 10% 올라가, 연간 20만달러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었다. 이들의 생산성을 수직상승 시킨 것이 바로 ‘e매뉴팩처링’의 힘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e매뉴팩처링의 보급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연말 ‘e매뉴팩처링 추진위원회’를 발족, 올해부터 자동차와 전자분야 중소·중견기업을 시작으로 금형·성형 업종부터 시범사업을 전개키로 한 바 있다. 특히 산자부는 e매뉴팩처링 구현을 통해 납기단축은 물론 원가절감과 마케팅 확대, 품질향상을 실현, 금형산업의 생산 및 수출을 오는 2005년에 120% 이상 끌어올리고 2010년에는 1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제조업 분야도 빠른 변화를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양적 생산을 우선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경제에서는 질적인 생산을 통한 ROI 극대화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의 e비즈니스를 활용한 다품종 소량 주문생산 선호와 더불어 주 5일제 근무로 인해 e매뉴팩처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제조업의 ‘e-바람’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저렴한 비용으로 보다 효과적인 대응 수단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의 상승곡선을 그려줄 것이다.
제조업 앞에 ‘e’자를 붙이는 것은 ‘군살빼기’와 ‘속도’를 의미한다. 최근 중소제조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공장을 이전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막기위해서라도 가능한 조속히 우리 제조업계에 e매뉴팩처링이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굴뚝산업이 세계 속에 다시 한번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
◆ 데이비드 존슨 로크웰삼성오토메이션 사장 djylee@ra.rockwe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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