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평준화의 허실

 고교 평준화 관련 논쟁이 뜨겁다. 최근 서울대 교수가 고교 평준화정책이 실패했다는 분석보고서를 낸게 발단이었다. 교육부에서는 당연히 반박했다. 분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서울대 교수는 증거를 대라고 역공했다.

 고교 평준화와 관련해서는 찬성하는 사람이건 반대하는 사람이건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하필 지금 이 시점에서 평준화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는 이유는 무얼까. 그만큼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망국적인 이공계 기피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평준화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교육제도는 인재양성이라는 국가 백년지대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평준화를 실시하게 된 것은 다목적 포석이었다. 망국적 과외를 방지하고 전인적 인성교육을 강화하는게 목표였던 걸로 기억된다. 만연돼 있는 학벌타파도 그중 하나였다. 고교 평준화는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주요도시의 경우 도입된 지 수십년이 됐다.

 그러나 평준화의 결과는 기대수준 이하다. 과외열풍은 오히려 심해졌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점령당하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외가 중학생은 고사하고 초등학생까지 필수화됐다. 일부에서는 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유치원때부터 특별과외를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인성교육에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다. 선행학습이니 학원이니 사교육에 찌든 학생들에겐 학교생활은 뒷전이다. 그저 내신을 따는 필수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학벌타파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반면 강남이니 8학군이니 하는 새로운 학벌이 탄생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공고육이 사교육에 비해 뒤떨어지면서 돈에 따라 학습의 우열이 가려지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또, 학벌 세습이나 부의 세습이 공고해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도 쉽게 공부하고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인문계로 학생들이 몰리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이공계 기피가 평준화 때문은 아니겠지만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평준화는 목적과 달리 고도화되가는 자본주의화와 계층화를 완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만 눈가리고 아웅할 뿐 오히려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유성호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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