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SW기술입국의 첫째 조건

 소프트웨어(SW)라는 말은, 컴퓨터 엔지니어가 만든 프로그램은 물론 사회조직이나 제품의 노하우, 디자인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그 동안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SW의 중요성에 대해 틈 날 때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틀은 좀처럼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에게 던져진 화두 같은 SW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재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도화 단계로 접어든 우리산업은 과거처럼 선진국들이 디자인해준 것을 값싸게 만들어주고 감지덕지했던 하청업자의 신세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다거나 마지막 1%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완벽을 기함으로써 기업들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하청을 받거나 원천기술과 플랫폼을 사서 응용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더 이상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경제는 괄목할 성장을 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우리들은 제조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산업의 고도화와 새로운 산업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해왔다. 하지만 아직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못 거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그 동안 구호처럼 부르짖었던 SW의 중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지 못한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이 최대의 자원인 우리나라가 지식산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지식산업의 핵심축인 IT분야에서 선진국을 압도하고 있다. IT의 기반이 되는 요소, 즉 통신인프라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선도 제품군과 서비스를 가지고 있다. 차세대 동력의 주축인 IT의 핵심중의 핵심이 SW인 까닭에 세계 각 국에서는 이 분야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SW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흔히 우리나라 SW가 전망이 있느냐, 이 분야에 투자해 성공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의 대답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셋째도 해야만 하고, 또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발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야하는데, 과연 지금 우리에게 그런 여유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지식산업, SW산업은 부진한 편이다. 제조업에 길들여진 채 구태의연한 제도와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산업구조를 볼 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SW산업을 육성하는 일이 쉬운 것이었다면 아마도 다른 나라들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손을 댔을 것이다. 어렵기 때문에 해볼 만한 것이고, 세계에서 두뇌가 가장 좋은 한민족이니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선결해야 할 사항은 SW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식산업이 중요하면 지식을 귀하게 여기고, 지식인을 대우하고, 지식인을 배출하는 사람이 자랑스럽게 살 수 있어야 한다. 남의 것을 베끼거나 공짜로 쓰는 것이 만연되어 있는 풍토에서는 지식산업이 제대로 설 수 없다. 한 예로, 컨설팅 의뢰 후 보고서를 받아본 사람들 대부분이 이렇게 뻔히 아는 내용을 내놓고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챙길 수 있느냐고 성토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산학협동이 제대로 되고 신지식인이 생겨나겠는가. 컨설팅 내용이 내가 모르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런 수준으로 일을 해온 나는 어떻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 아는 것은 맞는 것으로 확인하는 절차로 보고, 몰랐던 한두 가지를 발견하는 끝마무리 1%가 귀중한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지식정보와 SW를 소중하게 여기고, 소프트웨어인을 대접하는 가치인식을 출발점으로 우리의 산업구조가 조정되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 정부는 새 선도시장을 만들고, 신지식인들은 작지만 한두 가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토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안정과 희망의 2만달러 시대를 한발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 hjko@softwar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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