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팬터지와 트래지디

 국내 상영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반지의 제왕 3부’의 인기가 좀처럼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골든글로브상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에서도 11개 부문 후보로 올라 팬터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무려 3년동안 세계 영화판을 뒤흔들었던 시리즈는 이제 대단원의 막을 코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제왕의 행진은 이제부터’라고 지적한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촬영된 뉴질랜드 여행상품이 인기를 끈지 오래고 DVD를 비롯해 PC게임, 무기 모형, 절대반지 모형 등 영화를 ‘우려낸’ 상품들이 소비자 품으로 달려갈 태세다. 영화도 영화이거니와 파생 상품들은 당분간 세계인들을 ‘반지의 미몽’에 가둘 것 같다.

 그 선봉에 ‘골룸’이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일명 ‘골룸DVD’는 국내에서 구입이 힘들 정도다. ‘골룸! 골룸!’하며 기침하는 청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설날 세뱃돈을 보며 ‘마이 프레셔스!’를 외치는 어린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우리 영화의 관객점유율이 50%에 달한다고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JSA’의 마지막 신이나 영화 ‘친구’에 나오는 동수의 죽음 신 등은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친구의 무대가 됐던 부산 범일동 국제호텔 앞도 마찬가지고 ‘실미도’의 서울 대방동 역시 ‘반짝 관심’이 끝나면 ‘유한양행 앞’으로만 남을 것이다. 반면 3시간 넘는 시간을 상상속을 헤매면서도 감동에 가까운 ‘뒷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반지의 제왕 관객들은 자녀의 손에 이끌려 골룸 인형 앞에 선다.

 우리 영화가 주는 감동은 분명 ‘반지의 제왕’과는 다르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팬터지쪽이라기 보다는 ‘트래지디’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영화 종사자들이 영화로부터 파생되는 돈 만드는 작업에서 유독 약한 이유가 작품 ‘그 자체’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게 이른바 최근의 한국 ‘웰메이드’ 영화를 대하는 또 다른 감회다.

 <허의원 국제기획부차장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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