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책만 있고 대책은 없다

 공약이 난무하는 것으로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과거의 전례로 보면 공약과 상관없이 인물과 당 위주로 선량들이 선출돼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선거철만 되면 공약이 봇물 쏟아지듯 터져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내건 공약과 정책입안자들이 발표하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후보가 당선되면 당연히 공약을 이행해야 하지만 후보자와 당선자의 신분상 차이로 인해 이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법적 책임이 아닌 도덕적·정치적 책임만이 남게 된다. 이같은 상황이 단순히 선거만을 위한 공약, 개인적 선심공세를 위한 공약이 남발되는 빌미가 됨은 물론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당장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공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실린다. 발표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면 당연히 이에 따른 법적 책임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들면서 IT 관련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지만 IT산업계 종사자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사실 노무현대통령은 그 누구보다도 IT산업현장을 많이 찾았다. SW관련 사람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SW를 많이 알고 있는 대통령이라는 자부심을 내보이며 산업육성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IT분야 종사자들 중 상당수는 참여정부 IT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지난해 9월 노대통령의 후보시절 IT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했던 현정포럼이 실시한 정보통신정책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IT정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1년을 한달 앞둔 지금 이같은 평가가 개선됐을 지는 의문이다. 그만큼 IT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장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은 시행하는데 많은 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하는 SW산업을 포함해 IT산업 관련 전반적인 정책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정책만 발표됐지 이를 실행키 위한 수단은 거의 없다. 정부가 강력히 주창하고 있는 공개SW나 임베디드 SW육성을 위해 올해 배정된 예산은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대형 공공기관 프로젝트 하나 제대로 수행치 못할 형편이다. 그러면서도 공개SW, 임베디드SW 육성을 말한다. 문화산업도 마찬가지다. 문화관광부가 오는 2008년 문화산업 5대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밝힌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문화산업육성 사업비는 전년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최종확정됐다. 통신방송 관련 정책은 과거 국민정부와 달라진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사업도 누가,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는다. 정책은 있지만 이를 현장에 적용키 위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고 이를 실행해야 하는 주체다. 하지만 지금 모든 정부 주체들은 입안만 한다. 일례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따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선 발표가 먼저다 보니 예산은 다음 문제다. 정책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수단은 없는 셈이다. 당연히 정책이 헛구호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공약이나 정책이나 똑같아진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1주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기 보다는 대선 당시 내건 IT관련 공약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또 출범 이후 그동안 숱하게 쏟아놓은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지, 점검하는 한달이 됐으면 하는게 IT산업계 종사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