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TV장비업계의 하소연

 “그나마도 장비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판에 또다시 광역시 디지털방송서비스까지 무기한 연기하니 아예 영업자체를 중단해야 할 판입니다.”

 디지털방송 장비 개발 및 공급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방송장비업계는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도 끝도 없이 지리하게 전개되고 있고, 때문에 당장 영업손실은 물론 국산화에도 치명적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장비를 공급하거나 개발에 나서려는 업체들에게는 사실상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이후 ‘일의 진척’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장비업계는 이 때문인지 방송위원회가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KBS 비교시험에 대한 종합결과가 나올 때까지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DTV 방송서비스 제공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방송위의 결정으로 국내 전체가구의 약 30%에 달하는 광역시 소재 방송사의 방송권역 시청자들은 일체형 DTV수신기나 셋톱박스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DTV를 시청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광역시에 이어 디지털방송을 준비하는 지방 대도시 방송사의 장비구입이 사실상 중단된데다 관련 장비 국산화 업체들의 개발열기까지 차갑게 얼어붙는다는 데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송신기와 중계기를 설치한 광역시조차도 전송방식 문제로 디지털방송송출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도시 소재 방송사가 장비를 구매할 리 만무하다”며 “연초에 구매키로 했던 방송사들이 장비구입을 줄줄이 취소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따라서 지방 도시까지 연차적으로 공급계획을 갖고 장비를 들여온 업체들은 장비수요가 중단될 경우, 당장 ‘도산’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거론하고 있다. 또 국산화를 추진해 온 중계기·공시청 업체들의 장비개발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논쟁을 위한 논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상황 논리를 떠나 과연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업계는 지금 ‘부처간 소모적인 논쟁’ 대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묻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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