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곰과 왕서방

 곰과 왕서방이라는 분류가 있다. 곰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서의 재주를 부리는 자, 즉 원천 기술을 가진 자로 분류되고 왕서방은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재주를 가진 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는 기술자를 곰으로, 그를 고용하는 경영자를 왕서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경영자를 곰으로, 그를 이용하는 정치인을 왕서방으로 보는 피라미드식 분류 체계도 사회 내에선 가능했음이 최근 공개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게 어디 국내 사회뿐이겠는가. 벤처 열풍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내의 플레이어가 곰이었다면 외국의 기업가와 투자자 같은 플레이어들은 왕서방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개인적인 시각으로 보면 예의 벤처 열풍 속에서 필자와 같은 전통적 IT전문가(혹은 달리 표현하면 고전적 ‘전산쟁이’)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흘려온 피땀에도 불구하고 곰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신흥 벤처인은 왕서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해 그들은 지금 사회내에서 서글프게도 ‘사오정’이나 ‘오륙도’라는 칭호로 분류되는 바로 그들이기도 하다.

 한국은 아직 1만달러 이하의 나라로 분류되고 스스로도 선진국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정학적, 지경학적 유리함에 근거한 유통·금융 등의 허브국가론을 제외하곤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첨단 기술 개발과 확보만이 최선의 대안인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술인(또는 이공계 출신)은 나라가 부강해져도 별 혜택을 못 받는 것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반면에 이 나라엔 그런 그룹으로 분류된 사람이 있건 없건, 얼마가 되건 말건 정치판에서 전문분야도 없이 기득권 싸움과 정쟁만을 일삼는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그들은 겉으론 안 그런 척 하지만 내심으론 스스로를 왕서방의 그룹으로 분류할 줄 아는 영민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기술인(이공계인)=곰’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곰 중에도 적극적으로 현상을 타계하려 절치부심하는 곰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현실의 무게조차 버거워 엄두를 못 내는 안타까운 곰으로 분류되는 사람도 있으며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마음 편한 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도 없지 않다.

 첫번째로 분류된 곰중에서도 투쟁으로 일관하는 곰과 혜안과 인맥을 동원하는 곰, 입만 살아 있는 곰, 떼만 쓰는 곰 등으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분류된 곰들이 모두 있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서글픈 일은 이렇게 분류된 곰들을 조정하는 큰 리더는 곰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를 이미 어떤 부문에선 또는 어떤 세계사적 의미에선 벤치마킹할 대상이 더 이상 없는 나라로 분류하기도 한다. 중진국이면서도 따라갈 대상을 잃어 버린 황당하고 이상한 국가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엄존하는 현실임을 명확히 인지하는 그룹으로 분류되는 사람이 많지 않음도 현실이다.

 어쨌거나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 대안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그룹, 그것을 실행하고 결과를 만드는 그룹, 그것을 적극 지지하는 그룹, 결과를 정의롭게 분배하고자 지혜를 모으는 그룹 등으로 분류되기를 자원하며 또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곰으로 분류되기를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나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가장 앞선 인터넷환경을 광범위하게 구축해 훌륭히 사용하게 한 명실상부한 지식사회의 곰들로 분류된다. 이제는 물리적 인터넷을 넘어 무수히 분류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그룹의 인적 네트워크간을 연결하며 국가를 선진국으로 분류되게 하는 그룹의 리더이자 열렬한 활동가로 분류되도록 헌신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세대가 공멸하지 않고 함께 변화를 추구하고 마침내 일구어낸 성공한 시대의 선조들로 후세의 역사가들에 의해 분류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 곽용구 골든터치 대표이사 ivgotit@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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