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률이 1.6%에 불과한 중동지역이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 IT업계의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각) 중동의 아랍국가시장을 공략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야심찬 청사진을 소개하며, 세계에서 IT보급이 가장 낙후한 아랍국가들이 디지털시대에 눈뜨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25일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정보기술회의에 참여해 “아랍정부들이 정보통신교육에 투자를 늘리고 현지문화에 맞는 IT벤처 설립을 장려한다면 중동지역도 결코 디지털시대에 뒤처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이로 도착 직후 이집트 정부의 포털사이트 개통식에 참석하고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오는 2007년까지 모든 행정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는 전자정부계획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MS가 이처럼 이집트에 추파를 던지는 이유는 디지털 미디어보급이 가장 낙후한 아랍지역이 역설적으로 성장잠재력이 가장 풍부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아랍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아랍국가들의 PC보급률은 1000명당 18대로 세계 평균인 78.3대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2억 9000만 아랍인구 중 1.6%만이 인터넷접속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UN개발기구는 아랍국가와 여타 지역간에 갈수록 심화되는 지식격차(knowledge gap)를 줄이는 것이 아랍사회의 3대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MS의 한 관계자는 “전체 회사매출에서 중동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아랍국가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동유럽시장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며 성장잠재력을 설명했다.
이 회사는 중동 IT시장의 물꼬를 열기 위해 우선 아랍정부와 손잡고 각 학교와 지역사회에 정보인프라(PC, 인터넷)부터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MS는 이집트 학교에 각종 교육용 SW를 할인가로 보급하고 교사들을 위한 IT교육사업에 들어갔다. 또 서민층의 경제력을 감안해 PC구매시 4년간 분할해 전화세와 함께 납부하도록 해주는 이집트정부의 국민 PC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MS의 발빠른 행보는 이집트뿐만 아니라 모잠비크, 모로코 등 인근 아랍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게이츠는 앞서 다보스 포럼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 향후 5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아랍국가들의 대규모 정보화사업은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이 추진하는 중동재편 시나리오와 맞물려 이 지역 사회변화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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