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인터넷마비를 가져온 인터넷대란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났다. 인터넷대란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국민적 자존심은 산산이 무너졌지만 사회적으로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웠다는 점에서는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다.
인터넷대란 이후 1년동안 우리나라는 정보보호 인프라 개선에 많은 투자를 했다. 우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보보호에 관한 각종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인터넷의 이상 징후를 24시간 파악하는 인터넷침해사고대응지원센터를 여는 데는 65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들였다. 공공기관의 정보보호 수준을 높이는 사업에도 95억원을 아끼지 않았다. 주요 인터넷서비스업체는 정보보호 투자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1000억원까지 확대했다.
법과 기구, 그리고 시설 투자까지 정보보호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졌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일어난 해킹 피해는 2만6179건으로 2002년보다 1.7배정도 증가했고 바이러스 피해 역시 2배 이상 많아진 8만5023건에 달했다.
정보보호 전문가들은 정보보호 수준의 변화는 정보보호 의식의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한 정보보호 업체가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대란 후 보안의식 수준 변화에 대해 75%가 그대로거나 오히려 낮아졌다고 답했다. 높아졌다고 응답한 경우는 25%에 불과했다. 실제 피해가 줄어들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과제는 이제부터다. 정보보호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시점에서 정보보호를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력하겠다는 정통부의 계획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해보인다.
인터넷대란은 정보보호라는 브레이크를 정비하지 않은 경주용 자동차인 인터넷 네트워크가 일으킨 과속 사고다. 정보보호 의식제고라는 핵심을 간과한 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만 자족하면 제2의 인터넷대란은 피할 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기왕에 많은 비용을 들인 정보보호 인프라라는 보배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 정보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한 실을 만들기 시작할 시기다.
<정보사회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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